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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민주당 ‘뇌물죄’ 빠진 트럼프 탄핵안 공개

등록 2019-12-11 19:24수정 2019-12-12 02:33

법률적 논란 될라 권력남용·의회방해 혐의만 적용
민주당 일각 ‘불신임 표결’로 단계 낮추자 의견도
트럼프 “최경량·최약체 탄핵…정치적 광기” 비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가운데)이 10일 민주당 소속 하원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들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의안에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가운데)이 10일 민주당 소속 하원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들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의안에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은 1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며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9쪽짜리 탄핵 결의안에는 최대 쟁점이던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대가성 거래)에 따른 뇌물·강요죄는 포함되지 않았다. 결정적 탄핵 사유가 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찾지 못했다는 뜻으로 비쳐, 향후 탄핵 추진 과정에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하원 법사위가 작성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 결의안에 이들 두가지 혐의가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이 공개한 탄핵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중대 범죄와 비행으로 탄핵한다”로 시작한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자신의 ‘정적’인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압박하기 위해 최고 공직 권한(대통령 권한)을 남용하는 한편, 핵심 고위 관계자들의 의회 증언을 전면 봉쇄하고 증거 제출을 거부하는 등 탄핵 조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미 헌법은 ‘대통령이 반역죄와 뇌물 또는 다른 중대 범죄와 비행을 저질렀을 때 탄핵을 통해 직에서 파면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간 민주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4억달러(약 4776억원)의 군사 원조 집행 여부를 대가성으로 봐야 한다며 별러왔던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뇌물죄나 강요죄로 탄핵소추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구체적 범죄 혐의를 적시할 경우 법률적 문제로 사법 판례상 논란을 부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탄핵의 빌미가 된 7월25일 통화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군사 원조에 관해 직접 언급하지 않은데다, 젤렌스키조차 “압박은 없었다”고 한 만큼 범죄 혐의 구성이 어렵다고 봤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민주당이 공개한 탄핵 결의안에 대해 “조문에 구체적 범죄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미국 역사상 가장 최경량, 최약체 탄핵”이라고 공격했다. 사진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유세를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을 만나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민주당이 공개한 탄핵 결의안에 대해 “조문에 구체적 범죄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미국 역사상 가장 최경량, 최약체 탄핵”이라고 공격했다. 사진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유세를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을 만나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AFP 연합뉴스

트럼프도 이날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이점을 파고들며 “왜 탄핵안 조문에 구체적 범죄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느냐”며 “미국 역사상 가장 최경량, 최약체 탄핵”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앞서 “아무 잘못도 없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순전히 정치적 광기이며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민주당은 11~12일 하원 법사위를 열어 탄핵안 작성을 마무리한 뒤, 주중 법사위 토론·표결을 거쳐 다음주에 전체 하원 표결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시엔엔> 방송은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일부 지역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 분명한 만큼, 탄핵보다 한 단계 낮은 불신임 표결을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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