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민주주의 동맹’ 연례만찬에서 “몇몇 후보들이 건강보험이나 이민 등 이슈에서 더 진보적인 정책을 놓고 싸우고 있지만, 이런 경쟁은 대중의 여론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며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선거 캠페인이 지나치게 왼쪽으로 기울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선거 캠페인이 지나치게 왼쪽으로 기울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민주주의 동맹’ 연례만찬에서 “몇몇 후보들이 건강보험이나 이민 등 이슈에서 더 진보적인 정책을 놓고 싸우고 있지만, 이런 경쟁은 대중의 여론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16일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평범한 미국인들은 기존 시스템을 해체하거나 개조하기를 원치 않는다”며 “급진적인 정책으로는 부동층과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몇몇 후보’가 누구라고 꼬집어 말하진 않았지만, 좌파적 선명성을 앞세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오바마가 이례적으로 민주당 대선 주자들에게 ‘쓴소리’를 한 것은 ‘선명한 진보’ 경쟁으로만 치닫다간, 부동층이나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이탈해 정작 본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민주당 안에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진 속에 선두주자로 치고 올라온 워런의 ‘증세 없는 전국민 의료보험’이나 ‘부유세’ 공약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 유권자들의 이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지금까지 나온 후보들의 경쟁력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으며 “이들이 ‘새로운 사람이 없냐’고 묻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에 이어 지난 14일 더발 패트릭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중도 후보’를 표방하며 뒤늦게 경선 참여를 선언했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매우 많은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출마 압박을 받고 있다”며 출마를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띄는 건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의 약진이다.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16일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열린 민주당 당원대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롱비치/AP 연합뉴스
부티지지는 최근 아이오와주에서 실시된 민주당 대선 주자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오와주는 내년 2월3일 미국 대선 레이스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곳인 만큼, ‘대선 풍향계’로 여겨지는 곳이다. 17일 발표된 <시엔엔>(CNN) 방송과 <디모인 레지스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티지지는 25%를 얻어 워런·바이든·샌더스 등 기존의 ‘빅3 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닷새 전 몬머스대 여론조사(22%)에 이어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특히 몬머스대 조사에서도 “부티지지가 교육이나 이데올로기에 관계없이 다양한 그룹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데 이어, 이번 조사에서도 ‘부티지지의 (각종 정책에 대한) 관점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63%로 대선 주자들 가운데 가장 높게 나온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워런과 샌더스의 견해가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는 의견이 각각 38%, 53%에 달하고, 바이든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의견이 28%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부티지지가 주요 후보들 가운데 가장 ‘중도적’ 후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티지지도 중도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듯, 최근 <허핑턴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저는 공화당이 무조건 우리를 사회주의자로 매도할 것이라고 쭉 생각해왔다”며 ”그걸 막아내는 건 제가 더 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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