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도전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 나선 맷 베빈 주지사를 지원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켄터키주를 비롯해 미시시피·뉴저지·버지니아주에서 5일 치러지는 주지사·주의회 선거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민주 두 당의 조직을 시험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렉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개 경합주에서 민주당 주요 대선후보 주자들과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등 ‘2016년 대선 때 이상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내년 대선이 치열한 ‘트럼프 찬반’ 대립 구도로 흘러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처럼 경합주 선거인단 투표에서 앞서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와 시에나대가 미국 대선 1년을 앞두고 주요 경합주(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플로리다·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주)의 등록 유권자 3766명을 대상으로 가상 양자대결을 실시한 결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6개 경합주에서 평균 2%포인트 격차로 트럼프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들 경합주에서 트럼프보다 평균 2%포인트 뒤처졌고, 플로리다주와 미시간주에선 격차가 각각 4%포인트, 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가 ±4.4%포인트(미시간주는 ±5.1%포인트)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양자대결 승자가 누가 될지 예측하기 힘든 초접전 양상인 셈이다.
이런 조사 결과는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트럼프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는 ‘전국 단위’ 여론조사와는 사뭇 다른 결과다. 한 예로, 최근 발표된 <엔비시>(NBC)-<월스트리트 저널> 공동 여론조사에선 바이든과 워런 모두 트럼프를 각각 9%포인트, 8%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트럼프가 2016년 대선 때 전국 단위 득표율에선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뒤지고도 6개 경합주에서 선거인단을 싹쓸이해 대선에 승리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엇갈린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뉴욕 타임스> 계산에 따르면, 다른 주에서 내년 대선 당시와 비슷한 투표 결과가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기 위해서는 경합주 6곳 가운데 3곳에서는 승리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구체적으로 뜯어볼수록 이들 경합주에서 트럼프의 경쟁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거나 오히려 더 커졌음을 보여준다. 경합주 등록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백인-노동자 계급 유권자들이 2016년 대선(26%포인트 격차로 트럼프 지지) 때 수준으로, 민주당 ‘빅3’ 후보자 대신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 그 한 예다. 또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었다가 2018년 중간선거 땐 민주당 의원들에게 표를 던졌다고 응답한 유권자들의 3분의 2가 내년 대선에선 다시 트럼프를 찍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내몰렸음에도 트럼프가 안정적인 국정 운영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민주당이 전국 단위에선 이기고도 경합주 선거에서 져 트럼프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주는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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