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좌파연합 ‘모두의 전선’ 소속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자(가운데)가 27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지지자들과 만나 기쁨을 나누고 있다. 그의 왼쪽 옆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으로, 그는 이번 선거에서 페르난데스 후보자와 함께 부통령으로 출마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EPA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현직 대통령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나날이 심화되는 경제 위기 속에 ‘긴축 피로감’에 지친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4년 만에 다시 좌파를 선택한 것이다.
27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97% 개표 상황)에서 중도좌파연합 ‘모두의 전선’ 소속 페르난데스 후보가 48.1%를 득표해 중도우파연합인 ‘변화를 위해 함께’ 소속 마크리 후보(40.4%)를 누르고 결선투표 없이 곧바로 차기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좌파 정권이 들어선 것은, 2015년 대선에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하 크리스티나)이 마크리에게 정권을 내준 지 4년 만이다. 경제 위기의 구원투수를 자처한 ‘친시장주의자’인 마크리 대통령을 뽑았지만 경제가 나아지기는커녕 극심한 긴축정책 속에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이 4년 만에 6~7배나 뛰고 인플레이션율이 56%나 치솟자 빈곤층은 물론 분노한 중산층까지 등을 돌린 결과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페르난데스는 중도좌파 성향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과, 그의 부인이자 후임자이기도 한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2007~2015년·재선) 정부에서 내각 책임자인 국무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사실상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이 판을 짜고, 선거를 진두지휘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크리스티나는 자신에 대한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판단 아래, 이번에 직접 3선에 도전하지 않고 페르난데스 후보자를 앞세우고 자신은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 사이엔 2001~2002년 발생한 국가부도(채무 불이행) 사태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경제 회복기를 이끌었던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시절에 대한 ‘향수’가 여전하다. 페르난데스가 당시 국무실장을 맡았다는 경력이 이번 선거에선 주효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페르난데스 후보도 두 전임 대통령처럼 강력한 중앙집권화와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을 내거는 ‘페론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칠레,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등 중남미 지역에서 부패와 불평등, 경기침체로 말미암은 시위가 계속 벌어지는 가운데 아르헨티나의 이번 대선 결과로 지역 내 정치 지형이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됐다”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