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최근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왼쪽 셋째)와 한 통화에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출처를 조사하고 있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협조할 것을 압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9월20일 미국을 국빈방문한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와 함께 백악관에서 군대를 사열하는 모습.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수사의 도화선이 된 ‘정보’의 출처를 찾아달라며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에게 사실상 자체 조사를 압박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외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등 권력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줄줄이 나오면서, 탄핵소추 조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모리슨 총리와 한 통화에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출처를 조사하고 있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협조할 것을 ‘종용’했다고 복수의 미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뉴욕 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 꼽히는 바 장관은 지난 5월부터 존 더럼 코네티컷 연방검사장을 수사 책임자로 임명해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적법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여부를 다룬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의 방첩 수사가 오스트레일리아 정부 당국자의 제보에서 비롯됐는데, 트럼프 대통령 쪽에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캠프 쪽에서 트럼프와 러시아 쪽을 엮기 위해 일부러 정보를 흘린 것으로 보고 스콧 총리에게 사실상 이와 관련된 자체 조사까지 요구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총리의 이런 대화가 담긴 통화 녹취록은 소수의 참모만 접근할 수 있도록 백악관이 제한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탄핵 조사를 촉발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7월25일 통화 녹취록을 취급한 방식만큼이나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당국자는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녹취록도 별도의 암호화된 컴퓨터 시스템으로 옮겨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미국 민주당 쪽에선 이를 ‘은폐’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정상 간 통화 녹취록을 들여다보겠다며 공세에 나섰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엔비시>(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운동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우리 안보를 약화시켰는지 들여다보기 위해 다른 정상들, 특히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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