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렉스 틸러슨 전 미국 국무장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잘못된 정보’를 갖고 교묘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가지고 놀았다’고 주장했다. 취임 초기부터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네타냐후 총리에게 속아온 것이라며 비판을 날린 것이다. 틸러슨 전 장관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 속에 물러난 전직 ‘책사’들이 잇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틸러슨 전 장관은 지난 17일 하버드대학에서 열린 포럼에서 “권모술수에 다소 능한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미국에 잘못된 정보를 공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학내 신문 <하버드 가제트> 보도를 인용해 20일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당시 포럼에서 “그들(이스라엘)은 ‘우리가 좋은 쪽이고, 그들(팔레스타인·이란 등을 지칭한 것으로 보임)이 나쁜 쪽’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여러차례 이렇게(잘못된 정보를 공유)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속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전 장관은 이어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를 상대할 땐, 항상 상당히 많은 의심을 지닐 필요가 있다”며 “우리와 가깝고 중요한 동맹(이스라엘)이 우리에게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 무척 불편했다”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이었던 틸러슨 전 장관은 대북 문제와 이란 핵 합의 등 주요 외교·안보 현안을 둘러싼 견해 차이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겪다 지난해 3월 ‘트위트 경질’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말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불법적인 일을 자주 주문했다”고 폭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한겨레> 자료사진
틸러슨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트위트로 해고 통보를 받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아예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하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18일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게이트스톤연구소’의 초청으로 이뤄진 비공개 오찬 연설에서 북한·이란과의 어떤 협상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독설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의 후임으로 인질 문제 협상가 로버트 오브라이언을 신임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한 날이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아프간 반군 세력 탈레반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하려고 했던 데 대해 ”끔찍한 신호였다”며 “9·11테러 희생자들을 모독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두 사람에 비해 정도가 약하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시리아 미군 철군 결정에 반발해 물러났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도 최근 회고록 <콜 사인 혼돈>을 출간에 맞춰 이뤄진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동맹이 있는 국가는 번영하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는 쇠퇴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무시’ 태도 등에 대해 우회적 비판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일 <시비에스>(CBS)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해 나쁘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특이한 대통령”이라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또 시사지 <애틀랜틱> 인터뷰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 정치’에 대해 “완곡한 어법을 사용해 말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가) 역효과를 낳고 있으며 대통령직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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