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각) 국내외 127개 군사시설 건설 사업에 배정됐던 예산 36억달러를 빼내 국경장벽 건설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 국방부가 국내외 127개 군사시설 건설 사업 예산 36억달러(4조3650억원)를 전용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해당 사업들이 취소된 게 아니라 지연되는 것일 뿐이라며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미 의회를 비롯해 동맹국들과의 ‘비용 분담’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혀, 그 불똥이 우리나라로 튀게 될지 주목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3일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미 의회가 국경장벽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지역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의회 승인 없이 국방 예산을 전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데 따라 이뤄진 첫 조처라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던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무리수를 감행키로 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이날 결정으로 영향을 받게 될 127개 사업의 명단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36억달러의 절반은 국내에서, 나머지 절반은 외국에서 수행하던 사업에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해당 군사시설이 위치한 지역의 연방 의원들과 관련국 주미대사관에 통보를 마친 뒤, 이번 주말께 명단이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노동자들이 지난 3월 미국 샌디에이고(오른쪽 위)와 멕시코 티후아나를 가르는 주요 국경장벽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P 연합뉴스
미 국방부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후속 조처로 지난 3월 ‘예산 전용 검토 대상 건설사업 목록’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 목록에는 경기 성남에 위치한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시 지휘통제소 ‘CP 탱고’(1750만달러)와 군산 공군기지 무인기 격납고(5300만달러) 등 우리나라에 배정된 예산 사업들도 포함돼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이 사업들이 최종 예산 전용 사업 127개에 포함될 경우, 그 운영·보수 비용 부담이 우리나라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는 이르면 이번 달 안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 국방부는 이와 관련 의회와의 예산 재책정 논의 및 관련국들과의 비용 분담 논의를 통해 사업을 취소하지 않고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조너선 호프먼 국방부 대변인은 “(예산 전용 결정은) 미 의회가 관련 예산을 복원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비용 분담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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