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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이번엔 알래스카…트럼프, 18년 만의 벌목 지시

등록 2019-08-28 16:51수정 2019-08-28 21:29

공화당 주지사와 면담 뒤 농림장관에게 지시
2001년 클린턴의 ‘도로 없는 보존법’ 폐기
남한 면적의 70% 천연 삼림 황폐화 위기
정작 목재산업 비중은 1%…종 다양성 보고
지난 10일 미국 알래스카주 남동부 키나이반도의 한 빙벽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키나이반도/AP 연합뉴스
지난 10일 미국 알래스카주 남동부 키나이반도의 한 빙벽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키나이반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년 가까이 보존돼온 알래스카 국유지 삼림의 벌목을 추진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서니 퍼듀 농림부 장관에게 알래스카주 통가스 국립 삼림지의 벌목 금지 조처를 해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7일 보도했다. 앞서 지난 6월 트럼프는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낸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로 이동 중 알래스카 벌목 문제를 논의한 뒤 이런 결정을 했다고 한다.

통가스 국립 삼림지는 전체 1670만에이커(약 6만8000㎢)로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70%에 육박하는 미국 최대의 삼림보호 국유지다. 2001년 초 빌 클린턴 대통령(민주당) 정부는 퇴임 직전에 국유지 삼림 지역의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도로 신설·보수와 벌목 등을 금지한 ‘도로 없는 지역 보존법’을 제정·시행했다. 이어 출범한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환경보존 정책을 폐기하고 알래스카 벌목과 목재 매매를 허용하려 했다. 수차례에 걸친 이런 시도는 연방법원이 클린턴 정부의 법규 유지를 결정해 가로막혔고, 알래스카 삼림은 18년째 천연의 모습을 간직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알래스카 지역의 정치인들은 ‘강력한 동맹’을 만났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꼬집었다.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은 최근 성명에서 “‘도로 없는 지역 보존법’이 알래스카주에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지속가능한 경제개발 능력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던리비 주지사도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뒤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에 기회가 있다는 걸 진정으로 믿고 있다”며 “그는 광산과 목재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래스카에서 목재산업의 비중은 매우 낮다. 현지의 지역개발기구인 사우스이스트연맹에 따르면, 목재산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그쳐, 관광산업(17%)과 수산업(8%)에 견줘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던리비 주지사와 머카우스키 상원의원 등 현지의 공화당 정치인들은 에너지와 광물 산업까지 시야에 두고 상업적 벌목을 허용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해왔다. 알래스카 원시림의 보존 가치는 막대하다. 현지의 생태환경운동가 존 숀에 따르면, 지난 한세기 동안 거대한 고목들의 거의 절반이 벌목으로 사라졌다. 그는 현재 보존된 삼림은 불곰, 검은꼬리사슴, 북방참매를 비롯해 수많은 종의 동물들에게 필수적인 서식처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태평양으로 나가는 연어의 40%도 통가스에서 알을 낳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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