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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 경찰, 위장잠입해 집회사찰 말썽

등록 2005-12-23 18:18수정 2005-12-23 18:21

<b>‘뻔뻔한 뉴욕경찰’</b> ‘뻔뻔한 선동가’라는 배지를 달고 자전거 동호인들의 집회에 참가했다 비디오카메라에 잡힌 한 여성 사복경찰관의 모습. 뉴욕타임스
‘뻔뻔한 뉴욕경찰’ ‘뻔뻔한 선동가’라는 배지를 달고 자전거 동호인들의 집회에 참가했다 비디오카메라에 잡힌 한 여성 사복경찰관의 모습. 뉴욕타임스
정보수집·메시지 왜곡… 민-경 충돌 유발 경찰에 체포되자 “지금 근무중” 해프닝도 “공안기관의 시민권침해 심각” 비판 고조
뉴욕 경찰이 사복경찰관을 집회참가자로 위장시켜 집회·시위에 참여시킨 뒤 정보를 수집해온 사실이 2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의해 폭로됐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영장 없는 비밀도청’을 몰래 승인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경찰의 정치사찰이 공개됨으로써, 미국 정보·수사기관의 시민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해 공개한 비디오 자료들을 보면, 뉴욕 경찰은 지난해 8월 이후 최소한 7차례의 집회·시위장에 비밀경찰을 투입시켜 비디오카메라로 참석자 등을 촬영했다. 이들은 손에 피킷이나 꽃을 들고 집회참가자로 위장했다. 거리에서 숨진 한 자전거 선수를 추모하는 동호인들의 집회엔 자전거 운동복 차림의 경찰이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 4월29일 열린 자전거 동호인들의 거리시위에 참여한 한 사복경찰관은 경찰에 체포되자 “지금 근무중이다”라고 속삭이는 장면이 비디오에 담겨 있다. 이 얘기를 들은 경찰관은 동료에게 전화로 “이 사람은 비밀경찰이다”라고 말한다. 사복경찰관은 체포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 블럭 떨어진 곳에서 풀려나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사라져 버린다.

비밀리에 잠입한 사복경찰관을 체포하는 바람에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악화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 뉴욕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때, 노숙자와 빈민들의 시위에 참가한 사복경찰관이 갑자기 경찰에 체포된다. 이를 지켜보던 군중들이 “풀어줘라”고 거세게 항의하는 바람에, 폭동진압경찰이 투입돼 시민들을 강제 해산시켜야 했다. 경찰이 그를 사복경찰관인 줄 모르고 체포한 건지, 아니면 알고도 체포한 건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에 잠입한 경찰관들이 집회 메시지를 왜곡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자전거 동호인들의 집회에 참가한 여성 사복경찰관은 “나는 뻔뻔한 선동가”라고 적힌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이 비디오들은 범죄비디오 분석가인 에일린 클랜시가 수집한 것으로, 이들 중 상당수는 경찰이 직접 찍은 것이다. 경찰 비디오는 집회 주최 쪽이 변호사를 통해 경찰로부터 받아낸 것들이다. 뉴욕경찰국 폴 브라운 대변인은 <에이피(AP)통신> 인터뷰에서 “이들은 ‘비밀경찰’이 아닌 ‘사복경찰’이며, 집회질서 유지를 위해 정상적 활동을 벌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경찰의 정치집회 사찰은 1971년 집단소송으로 문제가 된 뒤 사라졌으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다시 재개됐다. 특히 테러 예방을 명분으로 정보·수사기관에 거의 무제한의 정보수집 권한을 준 패트리어트법이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의 시민권 침해활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들어선 패트리어트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 상·하원은 이날, 12월 말로 기한이 끝나는 패트리어트법 주요 조항의 효력을 한달간 임시 연장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이 법을 영구화하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의회에 패트리어트법 반대 기류가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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