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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북한 두번째 큰 화물선 압류…초유의 압박에 북 대응 주목

등록 2019-05-10 18:48수정 2019-05-10 20:06

■미, 압류한 ‘와이즈 아니스트호’는
중국·러시아에 석탄 수출 외화벌이
지난해 3월 북 남포항서 석탄싣고
인도네시아 해상 지나다가 억류돼
미에 넘겨져 미국령 사모아로 이동
북, 법정서 몰수 부당성 다툴지 관심
미국 법무부는 9일(현지시각)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위반해 석탄을 운송한 혐의로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아니스트호’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 선박은 현재 남태평양의 미국령 사모아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PA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는 9일(현지시각)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위반해 석탄을 운송한 혐의로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아니스트호’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 선박은 현재 남태평양의 미국령 사모아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PA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9일(현지시각) 압류 사실을 공개한 화물선 ‘와이즈 아니스트호’는 북한에서 두번째로 큰 화물선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동안 제재 위반을 이유로 북한 인력과 기업들을 궐석 기소한 바 있지만 북한 선박을 압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와이즈 아니스트호는 177m 길이에 1만7000톤급의 대형 벌크선으로 1989년 건조됐다. 주로 중국과 러시아 등 외국으로 북한산 석탄을 수출하며 외화벌이를 하는 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는 지난해 3월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 2만6500톤(약 300만달러어치)을 싣고 출항해 인도네시아 인근 해상을 항해하다가 같은 해 4월 인도네시아 당국에 억류됐다. 북한과 시에라리온 깃발을 단 이 배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행하면서 영해 진입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 등이 이유였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법원이 이 배의 김정선 선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북한의 손을 들어주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국내법으로만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배를 미국 쪽에 넘겨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압류 근거로 제시한 것은 미국의 ‘국제긴급경제권’(IEEPA)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해 석탄을 수송했다는 것이다. 와이즈 아니스트호의 선주이자 평양 소재 조선송이 무역회사의 대표인 권철남이 이 배의 유지·보수 비용 등을 미국 금융기관에 연계된 계좌를 이용해 지불한 것도 문제삼았다.

미국 법무부는 압류에 이어 아예 이를 몰수하기 위한 민사소송도 뉴욕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뉴욕 남부 연방검찰의 자산 몰수 소장에는 법원이 지난해 7월17일 와이즈 아니스트호의 압류를 허가하는 영장을 발급했고, 이후 이 선박이 미국 정부의 통제 아래에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와이즈 아니스트호는 현재 미국령 사모아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압류란 본래의 소유자가 자산을 처분하거나 빼돌릴 수 없게 만드는 조처이고, 몰수란 불법 행위를 이유로 자산을 뺏는 것을 말한다. 몰수까지 진행되면 와이즈 아니스트호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의 자산이 되는 것이다. 미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와이즈 아니스트호가 몰수된다면 북한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선박업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 배는 노후했지만 크기가 상당해 고철 값으로 쳐도 3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북한이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한 전례는 없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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