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교외의 하일랜드 랜치에 있는 스템스쿨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서 총격범을 막아서다 목숨을 잃은 켄드릭 카스티요. <시엔엔>(CNN) 화면 갈무리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교외 하일랜드 랜치에 위치한 자율형 공립학교인 스템스쿨. 종업식을 사흘 앞둔 7일 오후, 영문학 수업이 한창이던 107호 교실에서 총성이 울렸다. 학생들이 영화 <프린세스 브라이드>를 감상하던 도중, 뒤늦게 들어온 한 학생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총을 쏜 것이다. “움직이지 마!” 범인은 이렇게 소리치고는 곧장 총을 쏴댔다. 그때 한 학생이 범인에게로 달려들었다. 그가 나서자 다른 학생 셋이 범인 제압에 가세했고, 덕분에 다른 학생들은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길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먼저 나선 학생은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져, 결국 눈을 뜨지 못했다.
당시 교실에 있던 학생 누이 지아솔리(18)가 <뉴욕 타임스> 등에 전한 아찔한 총격 순간이다. 가장 먼저 범인 제압에 나선 학생은 이 학교 12학년생 켄드릭 카스티요(18)다. 이번 총격으로 8명이 총상을 입었는데, 목숨을 잃은 건 카스티요 한 명뿐이다. 미국 언론들은 카스티요의 용감한 희생이 아니었다면 자칫 대량 살상으로 이어질 뻔했다며, 그의 얘기를 자세히 전했다.
카스티요는 히스패닉계 부모의 외아들로 졸업을 앞둔 상황이었다. 평소 자동차와 엔지니어링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늘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해 교우 관계도 좋은 편이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였다는 세라 스택스(17)는 “카스티요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때 언제나 제일 먼저 나서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아버지 존 카스티요는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아들이 한 일 덕분에 많은 사람이 살았다고 들었다, 이 점에 대해선 신에게 감사한다. 그 애는 영웅이었고, 언제나 영웅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교외 하이랜드 랜치에 위치한 스템스쿨의 표지석 위에 8일 희생자 켄드릭 카스티요를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 덴버/AP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교내 총기 난사로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컬럼바인 참사’(1999년 4월20일) 20돌이 큰 사고 없이 지나갔나 싶던 와중에 발생했다. 스템스쿨은 컬럼바인 고교에서 불과 11㎞떨어진 곳에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샬럿 캠퍼스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 때도 이 대학 학생 라일리 하월(21)이 총에 맞으면서도 범인을 막아서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선에서 큰 참사를 막았다. 하월은 목숨을 잃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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