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백악관에서 데이비드 베른하르트 내무장관 대행(왼쪽)과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오른쪽)이 배석한 가운데 주재한 내각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의 셧다운(연방정부의 부분 업무 정지) 사태가 길어지고 있으나 좀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곳곳에서 정부 기능 마비와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은 2일 셧다운 사태 해소를 위해 백악관에서 공화당 및 민주당 의회 지도부와 비공개 회동을 했지만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비용을 새해 예산에 편성해줄 것을 요구하고 민주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빚어진 셧다운 사태는 이날로 12일째로 접어들었다. 연방정부 15개 부처 중 9개 부처가 직간접적 영향을 받으면서 정부 기능이 일부 마비되고, 국립공원과 박물관이 문을 닫는 등 셧다운의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장벽 건설 비용을 절반 이상 삭감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수정안조차 거부하고 56억달러(약 6조3천억원)의 원안 통과를 민주당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지도부와의 만남에 앞서 한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셧다운은)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빨리 끝날 수도 있다”며 “셧다운은 필요한 만큼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4일 다시 만나 타결책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양쪽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어 해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백악관은 2일 회동에서 민주당 지도부에 멕시코 국경 장벽이 시급한 안보 현안임을 설득하려 한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의 브리핑을 중지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친 민주당의 의회 지도부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딕 더빈 상원의원,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예산안 협상을 지속하면서 연방정부를 재가동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몰아붙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이 세 번째 되풀이되고 나서야 “만일 그렇게 하면 내가 바보처럼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익명의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원의장으로 선출될 예정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새 의회 개원일인 3일 하원에서 국경 장벽 예산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새해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백악관 회동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대통령에게 정부의 재가동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하원에서 올라온 예산안을 표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주당이 주도할 예산안 표결을 “정치적 쇼”이자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2일 미국 워싱턴의 관광 명소인 스미스소니언 국립 아메리카역사박물관의 출입문에 “정부 셧다운으로 오늘 모든스미스소니언 박물관들과 국립동물원이 문을 닫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셧다운이 2주 가까이 길어지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심각해지고 있다. 수도 워싱턴의 관광 명소인 스미소니언박물관 17곳과 국립동물원이 재정 압박 끝에 2일부터 문을 닫았다. 근근이 버텨오던 다른 지역의 주요 국립공원들도 인력 부족에다 쓰레기와 화장실 위생 문제 등이 심각해지면서 캠프장 일부를 폐쇄했다. 이민심사국도 대부분의 업무를 중지했다. 한 대학생은 <로이터> 통신에 “이건 어리석은 사태다. 여야 양쪽이 좀 더 소통하고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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