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 문베스 전 미국 〈CBS〉 방송 최고경영자를 풍자한 캐리커처. 출처 flickr
미국 시청률 1위 방송사 <시비에스>(CBS)의 전 최고경영자 레스 문베스(68)가 성폭력 폭로로 사임한 데 이어 1억2000만달러(약 1350억원)의 퇴직금까지 받지 못하게 됐다. ‘#미투(MeToo)’ 사건 가해자의 금전적 손실로는 최대 규모다.
17일 시비에스 이사회는 성명을 내어 “문베스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며 “고의적이고 중대한 과실, 회사 정책과 고용계약 위반,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고의성 등을 포함해 그와의 (계약) 관계를 종료할 정당한 근거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문베스는 어떠한 퇴직금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베스의 2017년 연봉은 693만달러(약 783억원)로, 에스앤피(S&P)500 대기업 최고경영자들 중 두 번째로 높은 몸값을 자랑했다.
레스 문베스 전 〈CBS〉 방송 최고경영자.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이사회는 성명에서 “시비에스 사내에서 성희롱과 보복이 일반적이진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조사위는 과거에 부적절한 사건과 전문가답지 못한 행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회사의 역대 정책과 관행과 구조가 성폭력과 보복을 방지하는 높은 수준의 보호 장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사회는 그러나 조사 결과를 온전히 공개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7월 <뉴요커>는 문베스가 30년간 여자 배우에게 구강 성교를 요구하는 등 6명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폭로했고, 그가 자리를 대가로 잠자리를 요구했다는 등의 추가 폭로도 이어졌다. <시비에스>는 기사가 나온 지 3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그의 퇴진을 결정했다. <뉴욕 타임스>가 입수해 보도한 시비에스 이사회 보고서 초안은 “문베스는 1995년 시비에스에 영입되기 이전과 이후로도 직장 안과 밖에서 합의되지 않은 심각한 성적 비행에 연루돼 있다”고 지적했다.
문베스의 변호인은 성명을 내어 “시비에스 이사회의 결론은 미리 정해진 것으로, 가치가 없다”며 “문베스는 합의하지 않은 어떤 성관계도 없었다고 적극 부인하며 회사 쪽의 조사에 전적으로 협력했다”고 반박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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