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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브라질, 극우 대통령 당선…‘트럼프보다 센 극단주의자’

등록 2018-10-29 17:13수정 2018-10-29 20:51

28일 대선 결선서 극우정당 보우소나르 당선
NYT “남미 민주선거사상 가장 극단적 지도자”
민주주의·인권·여성·인종 문제 후퇴 우려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리우데자네이루의 투표소 근처에서 차에 오르면서 지지자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로이터 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리우데자네이루의 투표소 근처에서 차에 오르면서 지지자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로이터 연합뉴스
28일 브라질 대선 결선에서 극우 사회자유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르(63) 후보가 중도좌파 노동자당의 페르난두 아다지(58)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다. 군 장교 출신으로 하원의원을 7회 연임한 보우소나르는 55.13%의 득표로 44.87%에 그친 아다지 후보를 넉넉히 따돌렸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보우소나르는 내년 1월1일 취임해, 창당 24년 만에 사회자유당 정권 시대를 열게 된다.

보우소나르는 이날 밤늦게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위대한 나라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걸 갖췄다”며 “우리는 함께 브라질의 운명을 바꿀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비슷한 시각, 리우데자네이루 해변에 있는 그의 집 주변에는 지지자들이 몰려 포르투갈어로 ‘신화적 인물’을 의미하는 ‘미투’(mito)를 연호했다. 보우소나르의 당선은 브라질 정치권의 뿌리 깊은 부패와 극심한 경제 불황, 치솟는 범죄율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을 방증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대선은 사전 여론조사에서도 보우소나르의 우세가 점쳐지긴 했지만 실제 그의 당선은 많은 이들에게 뜻밖이거나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그의 성향이나 공약이 지나치게 극우·보수 편향적인 데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노동자당 집권 시절(2003~2016년)의 향수도 아직 만만치않은 까닭이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쪽의 많은 이들이 그의 당선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처럼, 브라질 대선에서도 비판자들은 극우 후보인 보우소나르는 ‘페일 세이프’(fail-safe)라고 믿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페일 세이프’란 기계장치의 오작동 또는 고장 때 사고를 차단하는 안전장치로, 보우소나르의 당선 가능성은 없다는 확신을 빗댄 표현이다.

<뉴욕 타임스>는 “브라질에서 거칠고 공격적인 포퓰리스트의 대통령 당선은 이 나라가 30년 전 민주주의를 복구한 이래 가장 급진적인 정치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브라질 전문가인 스콧 메인워링 교수는 “이건 정말로 과격한 변화”라며 “라틴아메리카의 민주 선거 역사에서 당선자들 중 이보다 더 극단적인 지도자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르 당선자는 평소 민주주의, 인권, 여성, 인종, 환경 등 여러 쟁점에 대한 태도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선거 유세에서 경쟁자들을 겨냥해 “그들이 자리를 보전하려면 우리의 법을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쫓겨나거나 감옥에 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2016년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에선 과거 군부독재 시절의 고문 기구를 옹호하며 “나는 고문을 지지한다. 사람들도 그렇다”고 했고, 2014년엔 여성 의원에게 “당신은 그럴 만한 가치가 없어 성폭행하지 않을 것”이란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28일 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는 그가 최근 유세 연설에서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공산주의자들이 장악해 쓸 데라곤 없는 유엔을 탈퇴하겠다”고 한 발언을 되짚으며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자이르 보우소나르

1955년 3월 상파울루 출생
1977년 브라질 군사아카데미 졸업, 군 장교로 복무
1988년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기독민주당)으로 정계 입문
1990년 연방 하원의원(기독민주당) 당선
2014년 총선에서 최다득표로 연방 하원의원 7선
2018년 1월 극우 사회자유당으로 옮기며 대선 후보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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