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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회피 전쟁’으로

등록 2018-10-09 16:26수정 2018-10-09 20:32

중 기업들, 수출 분류번호 위조해 대미 수출
고율관세 상품을 무관세·저관세 상품으로 둔갑
강판은 터빈 부품, 다이아몬드 톱날은 숫돌로
개봉통한 통관검사 5%미만…지뢰밭 될 수도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피드로 항구에 선적된 컨테이너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고율관세를 피하기 위해 품목을 속여 수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중 무역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샌피드로/로이터 연합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피드로 항구에 선적된 컨테이너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고율관세를 피하기 위해 품목을 속여 수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중 무역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샌피드로/로이터 연합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품목을 속여 수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8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시한 ‘관세 전쟁’이 ‘관세 회피 전쟁’으로 굴절되면서 이 문제가 미-중 무역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이 신문이 전한 품목을 속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에이치티에스(HTS) 코드’로 불리는 품목 분류번호를 위조해 고율 관세 대상 상품을 무관세나 저율 관세 상품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는 10자리 숫자로 된 분류번호를 붙여야 하고, 모두 1만8927개의 코드가 있다.

무역 관련 로펌인 와일리 레인의 티머시 브라이트빌 파트너는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에 25%의 수입 관세를 부과한 뒤 중국산 강판이 터빈에 들어가는 ‘전기 발전 부품’으로 분류돼 수입되고 있다고 이 신문에 밝혔다. 실제 2018년 상반기 중국산 강판 수입은 전년 대비 11% 줄었지만, 터빈 부품 수입은 121%나 늘었다.

또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11월 표면이 단단한 가장 일반적 형태의 합판인 하드우드에 183.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일부 중국 수출업자들은 표면이 부드러운 합판인 소프트우드로 분류번호를 바꿔치기해 수출하고 있다. 합판 코드는 목재의 형태와 두께 등에 따라 모두 88개로 나뉘는데, 소프트우드의 관세율은 여전히 0~8%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소프트우드의 대미 선적은 전년 동기에 비해 983%나 급증했다.

이외에도 상무부의 덤핑 판정으로 82%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 중국산 다이아몬드 톱날을 숫돌로 위장해 들여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중국 수출업체들이 관세를 피할 수 있는 물품 분류번호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웹사이트들도 존재한다.

중국의 분류번호 조작을 입증할 데이터는 많지 않다. 다만 지난 7월 미국 세관이 중국에서 온 수출품 가운데 의심스러운 물품번호 오분류를 146건 적발했는데, 이는 6개월 전보다 거의 3배나 늘어난 수치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관세 회피에 따른 연간 세수 손실을 최소 5억5000만달러(6259억원)로 추산한다. 하지만 모든 수입품을 열어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미국 세관은 개봉을 통한 검사 비율이 5% 미만이라고 말한다. 미국 당국자는 “분류번호 조작 문제가 더 불거지면 (미-중 무역 전쟁의) 지뢰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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