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6일 상원 인준을 통과하자 시위대들이 이날 대법원 밖에서 항의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복수의 성폭력 의혹에도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6일 상원 인준을 통과하자 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선 탄핵 등 더욱 급진적 방식으로 ‘캐버노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캐버노가 취임하면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보수 5 대 진보 4로 확실하게 굳어지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7일 민주당이 2020년 혹은 그 이후에 백악관과 의회를 장악한 뒤 탄핵을 통해 캐버노를 ‘제거’하거나 대법관 수를 늘려 진보진영 인사로 채우는 등의 방안이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이어서 스스로 사임하거나 사망하지 않으면 현재의 5대 4 구도가 계속 유지된다. 이는 민주당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거나 의회 다수당이 돼도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 적용 확대, 기후변화 방지, 낙태 등 주요 민주당 의제들이 대법원 판결에 막혀 제동이 걸릴 수 있음을 뜻한다. 민주당이 대법원의 이념 지형에 긴장하는 까닭이다.
우선 탄핵 추진은 캐버노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치 수단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어떤 대법관도 탄핵을 통해 물러난 적이 없을 정도로 탄핵은 쉽지 않다. 탄핵 절차가 그만큼 복잡하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이 되면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상원으로 넘어가면 3분의 2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획득하면 캐버노를 수시로 불러 의회 청문회를 할 수 있다. 성폭력 사실이나 만취 술버릇 등과 관련해 캐버노가 이번 인준 과정에서 위증을 했다는 사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추가 자료를 확보해나가면서 자진 사퇴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두번째 구상은 대법관 수를 예컨대 현재의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민주당 집권을 전제로 2명의 대법관을 진보 인사로 채우면 진보 6 대 보수 5명의 구도가 된다. 1920~30년대 대공황기에 보수적인 대법원이 뉴딜 구상의 핵심 부분을 거부하는 판결을 내리자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이런 시도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소속된 민주당 의원들조차 이 법안에 반대해 성공하진 못했다.
대법관 증원 법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선 60명의 상원의원이 지지해야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막을 수 있다. 지금처럼 당파적으로 심각하게 분열된 정치 구조에선 쉽지 않다. 그럼에도 <뉴욕 타임스>는 “이런 정치적 위협이나 압력을 통해 보수적인 대법관들을 더 신중하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많은 민주당 쪽 전략가들이 다음달 6일 중간선거까지는 탄핵 등을 쟁점화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공화당 유권자들의 결집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7일 <엔비시>(NBC) 방송에 나와 “지금 이 시점에서 탄핵 논의를 하는 것은 우리를 치유하는 것도 아니고 전진시키지도 못한다”, “아직 이르다”며 경계감을 표시했다.
반면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캐버노의 인준이 공화당의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를 제공했지만 민주당도 중간선거에 희망을 품게 됐다며, 민주당이 중도 및 온건 여성 유권자들의 향배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