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입국자를 ‘침략자’로 규정하고 재판 없이 곧바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난 여론에 떠밀려 불법 입국한 부모와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철회하고서는 닷새 만에 다시 강경 기조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행정부)보다 훨씬 일을 잘하고 있지만 국경에선 강력한 치안이 필요하다”며 “우리 나라에 침입하려는 모든 사람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력한 국경, 범죄 없음!”을 강조하면서 민주당을 향해서는 “(이민)법을 개정하라. 저항하지 마라”고 촉구했다.
난민이 미국을 침략하고 있으니 사법절차 없이 이들을 다시 추방해야 한다고 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갈무리
트럼프 대통령은 두 시간 뒤 다시 올린 글에서 “우리는 이 모든 사람이 우리 나라를 침략(invade)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누군가가 들어오면 우리는 판사나 법원 소송 없이 즉시 그들이 있던 곳으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 입국자 심사제도를 비판하며 “좋은 이민정책과 법, 질서를 조롱하는 것이다. 대다수 어린이들은 부모도 없이 혼자 온다”며 “전세계가 비웃는 우리 이민 정책은 합법적으로 시스템을 통과하고 몇년째 대기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불공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민 정책은 ‘메리트’에 기초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을 도울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대선 당시 자신의 공약을 재확인했다. ‘메리트 시스템’은 이민 신청자의 학력, 경력, 언어 구사력 등 미국에 대한 기여도를 측정해 영주권을 발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화당은 ‘무관용 이민 정책’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해 가족 격리 정책을 영구 중단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민법 개정안을 이번주 안에 처리할 방침이다. <뉴욕 타임스>는 “하원이 이민법 투표를 준비 중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기조) 전환이 의회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불법 이민자를 적법 절차 없이 추방하자는 그의 주장은 공화당 내에서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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