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배석할 미국 대표단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 문제의 의사 결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참석하는 쪽으로 정해졌다. 북한 인사들도 미국의 라인업에 맞춰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6일(현지시각), 싱가포르 회담에 참석할 미국 인사는 볼턴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라고 보도했다. 또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 센터장, ‘판문점 실무회담’ 멤버였던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 한반도보좌관, 싱가포르 의전 실무회담 미국 대표였던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잠정적으로 명단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워싱턴에 남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초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리비아 모델’을 언급해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 그가 정상회담을 ‘날려버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런 발언을 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입지가 크게 좁아져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지난 1일 백악관 회동 때도 배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대표단 명단에서 제외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취임한 지 두달도 안 된 볼턴 보좌관을 워싱턴에 남겨둔다면 ‘사퇴하라’는 메시지나 다름없고, 자칫 북한에 유화적인 신호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의 회담 참석 자체를 북한에 대한 압박 카드로 쓸 가능성도 있다.
두차례의 방북,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뉴욕 만찬’,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접견 배석으로 몸값을 높여온 폼페이오 장관의 싱가포르행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의 핵심 측근으로 자리잡은 앤드루 김 센터장의 참석도 예상했던 대로다. 펜스 부통령은 ‘대북 강경파’이기 때문에 수행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대통령과 부통령이 해외 순방을 함께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북한 쪽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파트너’이자,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을 단독 예방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옆을 지킬 가장 유력한 인사로 꼽힌다.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당 국제부장 자격으로, 리용호 외무상은 외교 책임자로 배석할 가능성이 있다.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 실무 전반을 조율해온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회담장 밖에서 두 정상의 의전과 경호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표단 구성과 관련한 가장 큰 관심사는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참석 여부다. 김 제1부부장은 4·27 남북정상회담 땐 김영철 부위원장과 함께 김 위원장의 옆자리를 지켰지만 2차 북-중 정상회담과 폼페이오 장관 예방 땐 배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편지’의 원인을 제공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다시 돌린 2차 담화의 주인공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동행 여부도 관심사다. 김 제1부장은 건강이 좋지 않다고 알려져 수행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의 결정적 국면에 이름을 내민 노련한 외교관인 그의 참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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