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 첫 만남이 한국시각으로 12일 오전 10시에 이뤄진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잠정적으로 첫 회담은 싱가포르 시각으로 오전 9시(한국시각 오전 10시)에 열린다”고 발표했다. 이어 샌더스 대변인은 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하는 판문점 북-미 실무회담과 관련해 “비무장지대(판문점)에서 북한과 외교적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논의는 매우 긍정적이었으며,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져왔다”고 밝혔다. 회담 실무를 준비 중인 싱가포르 선발대에 대해서는 “의전·이동과 관련해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선발대는) 정상회담이 시작될 때까지 현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했다.
싱가포르 조폐국은 자국에서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금과 은 등으로 기념주화를 만들어 5일 공개했다. 앞면에는 ‘세계 평화’라는 표현과 함께 미국의 상징 꽃인 장미와 북한 국화인 목란을 그려넣었다.
샌더스 대변인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서는 “우리의 (제재)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는 한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우리는 제재를 부과하고 있고, 그건 아주 강력한 제재다. 그걸(비핵화) 하지 않으면 제재를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달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상황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훌륭한 진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비핵화 방식이 ‘단칼 해결인지, 단계적 방식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앞서가지 않겠다. 아직 회담이 열리지도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외교 논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회담 실무와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은 두 정상의 동선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8~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 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싱가포르로 이동할 경우 이르면 10일 밤늦게 현지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회담 시작 시각이 12일 오전 9시로 정해졌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도 최소 11일에는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평양에서 비행기를 타면 싱가포르까지 6~7시간 걸리는데, 무리하게 야간에 첫 장거리 비행을 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세기의 이벤트를 전세계에 전할 미디어센터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포뮬러원(F1) 피트 빌딩’에 마련됐다고 현지 신문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경기장 내 빌딩에 3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각국 취재진을 수용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라고 전했다. 2007년 지은 연면적 2만3000㎡의 이 건물은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인 F1 경기를 취재하는 언론인들을 위한 브리핑룸, 식당, 미디어 라운지를 갖췄다.
북-미 정상이 역사적 회담을 진행할 장소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측이 엇갈린다. 싱가포르 정부가 4일 관보를 통해 샹그릴라호텔 주변 탕린 지역을 10~14일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히면서, 이 호텔이 후보지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가 5일 싱가포르 남쪽의 센토사섬 전체와 센토사섬과 본토를 잇는 다리와 주변을 특별행사구역으로 추가 지정하며 정상회담 장소는 다시 오리무중으로 변해버렸다. 샹그릴라호텔과 센토사섬에는 경찰의 검문·검색이 이뤄지는 등 보안이 한층 강화된다.
한편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북-미 정상회담 등) 논의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다. 관계국들 사이에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면 북한 핵 프로그램을 검증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만들어진 ‘북한팀’은 우리가 수행할 임무가 생길 경우 이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왔다. (합의가 이뤄지면) 몇주 내에 사찰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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