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청사서 강경화 장관과 공동기자회견
“미 역사선 적국이 동반자로…북과도 그런 희망”
“궁극적 목표, 북한과 완전한 합의했다 생각”
강 장관 “북-미 간 비핵화 추가조처 보고 싶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각) “북한이 신속하게 비핵화를 하기 위한 과감한 조처를 취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직후 진행한 공동회견에서 “김정은 (국무) 위원장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북한에 평화와 번영으로 가득찬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상응대가로 미국의 대규모 경제지원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억류 미국인 3명 석방을 위한 그의 방북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교감을 거친 것인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조속한 포괄적 해결’이 이뤄졌을 경우 장기적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이지 당장의 구체적 조처를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 “여러분도 알 듯이, 우리의 대화는 따뜻했다”며 “우리는 좋은 대화, 실질적인 대화, 그리고 깊고 복잡한 문제와 도전,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정과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양국의 역사와 양국 사이에 놓인 도전에 대해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우리는 미국의 역사에서 종종 적국들이 지금은 긴밀한 동반자가 된 사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도 이와 똑같은 일을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하려면 “강력한 검증 프로그램과 이를 위해 전세계 파트너들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정희영.
그러나, 그는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와 미국의 ‘과감한 조처’ 요구와의 간극을 줄이는 방안이 논의됐느냐는 등의 질문에 대해 “상세한 사항은 공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궁극적인 목표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북한과) 완전한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합리적이라고 보느냐’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그가 합리적이냐’고?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호칭할 때 ‘체어맨’(위원장)이라는 공식 명칭을 꼬박꼬박 붙였다.
강경화 장관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리의 목표가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북한 지도자가 판문점 선언에서 공식적으로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향한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조처를 보고 싶다. 따라서 지금은 제재 완화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한-미 동맹이 얼마나 공고하고 (주한 미군과 같은) 동맹 이슈는 동맹 사이에서 다뤄질 일이지, 북한과 다룰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폼페이오 장관도 이런 입장을 확인했다. (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고위관계자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비핵화 시한과 관련해, ”남·북·미 3개국 정상이 조속한 타결에 대한 큰 결의를 갖고 있다는 점으로 볼 때 과거의 어떤 핵 관련 합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합의에 대한 이행 부분도 정상차원에서의 의지가 실린다면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방미 중인 강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에서 ”검증에 대한 얘기가 많이 오갔으며,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대해 두 사람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