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북-미, 장소 둘러싼 치열한 기싸움…정상회담 첫관문 통과

등록 2018-05-11 16:09수정 2018-05-11 22:06

‘트럼프 판문점 선호’ 참모들이 설득해 싱가포르로
평양 주장하던 북, 폼페이오 방북 때 싱가포르 수용한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8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지 60여일 만에 양국 간에 열릴 첫 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가 ‘6월12일 싱가포르’로 정해졌다. 특히 장소 결정은 양쪽의 초반 기싸움과 협상 전략의 총합인데다, 협상 의제와도 긴밀히 연관돼 있어 비상한 주목을 받아왔다. 양국은 첫 관문을 통과하고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요구를 수용한 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북한 통일전선부 실무자들이 사전 협의를 위해 처음 한 테이블에 앉은 것은 3월 중하순께로 알려졌다. 양쪽은 외교 라인을 배제한 채 주로 제3국에서 극비리에 만나 상호 의중을 탐색했다. 이어 당시 중앙정보국 국장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한 큰 틀의 윤곽을 잡으며 협상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회담 장소 결정은 녹록지 않았다. 미국 언론과 청와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미국의 의향은 싱가포르→판문점→싱가포르로 바뀌는 흐름을 보였고, 북한은 평양을 계속 주장하다 싱가포르로 돌아서는 급반전을 택했다.

이와 관련해 <시엔엔>(CNN) 방송은 10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폼페이오 장관 등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선 초기부터 싱가포르를 유력한 선택지로 여기고 있었다고 전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세계에 어떻게 비칠지와 관련해 장소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초기에 싱가포르를 선택한 기준은 두 가지였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가장 큰 고려 사항은 이른바 ‘장소의 정치학’이었다.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사회주의권 국가는 피해야 한다는 중립성 논리였다.

두번째 고려는 이동성, 즉 김 위원장이 전용기로 싱가포르까지 올 수 있느냐라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김 위원장이 지난 7~8일 비행기로 중국 다롄으로 이동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국 관리들은 싱가포르도 가능하다는 점을 확신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판문점에 애착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1일, 남북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것도 판문점 관련이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판문점에 대해 질문을 가장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판문점을 선호하는 듯한 트위터를 올렸다.

그럼에도 폼페이오 장관과 켈리 비서실장은 비무장지대(DMZ)에서 회담을 여는 것이 북한에 양보하는 것처럼 비치는 등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며 반대했다.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판문점을 포기시키는 데 몇 주가 걸렸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방송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 여러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다고 말했지만, 실제 이 내용이 최종 결정된 것은 9일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2차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난 뒤였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미국이 이번주 싱가포르 쪽에 회담 장소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비교적 일관되게 평양을 주장하다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면담에서 미국의 싱가포르 제의를 전격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4일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다면서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회담을 평양에 유치하려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개최에 의지가 남아 있어 보여 최종 확정까지는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애초 5월 말~6월 초로 예상됐던 회담 시기가 6월12일로 다소 늦어진 것은 미국 내 정치 사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 이유들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 유세 일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보협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뿌리는 티켓’일까…전광훈이 받은 트럼프 취임식 초청장, 누가 보냈나? 1.

‘뿌리는 티켓’일까…전광훈이 받은 트럼프 취임식 초청장, 누가 보냈나?

하마스, 이스라엘 인질 3명 석방…“건강한 상태” 2.

하마스, 이스라엘 인질 3명 석방…“건강한 상태”

우크라 군사매체 “러시아 파병 북한군, 4월 중순이면 궤멸” 3.

우크라 군사매체 “러시아 파병 북한군, 4월 중순이면 궤멸”

트럼프의 ‘12·3 내란’ 관련 언급 “내가 정신 사납다고? 한국 봐라” 4.

트럼프의 ‘12·3 내란’ 관련 언급 “내가 정신 사납다고? 한국 봐라”

“전쟁 공포에도 떠나지 않는 이들에게서 희망 봤죠” 5.

“전쟁 공포에도 떠나지 않는 이들에게서 희망 봤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