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퇴임한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거 6자회담이나 제네바 합의 당시의 ‘가격’으로 북한을 ‘매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 ‘완전한 비핵화’에 상응하는 대가도 커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전 특별대표는 7일(현지시각)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지금은 25년 전과 다르다. ‘가격’이 올라갔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 회담 때 “북한이 원하는 것도 다뤄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주아주 잘못된 경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는 대가로 핵동결을 이끌어냈다. 또 6자회담의 가장 큰 성과였던 2005년 9·19 공동선언 땐 핵폐기 대가로 북-미 관계 정상화와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하는 데 동의”했었다.
윤 전 특별대표는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자세는 진지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30대 중반인 북한 지도자는 장기간 편안하게 살며 통치하기를 원한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는 경로를 바꾸는 일이란 점을 정말로 깨닫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은 할아버지인 김일성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윤 전 특별대표는 그러나 평화협정 체결까지는 복잡한 논점들이 많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평화협정을 비핵화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실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북한을 승인된 핵보유국으로 대우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장소와 시기 발표가 늦어지는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8일 “(발표가) 이번주 초에 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현재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에서는 사전 협상에서 북-미 간에 다소 마찰이 있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관측의 가장 큰 이유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언급한 ‘피브이아이디’(PVID·영구적이며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폐기) 논란이다. 이 개념이 기존 ‘시브이아이디’(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보다 강화된 비핵화 요구가 아니냐는 일부 지적에 대해 미국 행정부 사정에 정통한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이전 정권과의 용어 차별화로, 별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 역시 ‘용어 변환’ 이상의 의미 부여는 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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