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중인 한국계 미국인들. 왼쪽부터 김학성, 김동철, 김상덕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저녁(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모두 알다시피 지난 행정부가 북한 노동교화소에 있는 3명의 인질을 석방하라고 오랫동안 요구해왔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계속 주목하라!”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두고, 곧 미국인 3명의 석방 관련 발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시엔엔>(CNN) 방송도 이날 북한과의 협상 진행 상황을 알고 있는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인 3명의 석방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북한이 이미 두 달 전에 미국인들을 석방하기로 결정했다며,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3월 스웨덴 방문 기간 동안 3명의 석방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미국 당국자들은 동시에 억류자 석방이 “비핵화라는 주요 이슈를 느슨하게 하기 위해 (카드로) 사용되거나, (비핵화 이슈와)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를 수용하면서, 억류 미국인들 석방은 시점의 문제였을 뿐 예정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적대적인 두 국가 간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질이나 억류자 석방은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한 가장 일반적 절차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달 초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미국인 억류자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29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인 억류자들을 석방한다면 그들의 정통성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외신들이 2일 북한 당국이 4월 초쯤 억류 미국인 3명 전원을 노동교화소에서 평양 시내의 호텔로 옮긴 상태라고 보도한 점에 비춰보면 북한이 한달가량 전부터 석방 준비를 한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석방 시점을 두고는 북-미 정상회담 전이냐 정상회담 때이냐를 놓고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두세 가지 시나리오를 예측해 볼 수 있다. 첫째, 정상회담 장소와 무관하게 북한이 우호적인 사전 분위기 조성을 위해 ‘조건 없는 선의’의 표시로 정상회담 이전에 이들을 전격 석방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장소와 석방 시점이 연계돼 있는 경우도 가정해 볼 수 있다. 정상회담 장소가 평양으로 결정될 경우, 석방 사실을 동시에 발표하면 ‘평양 정상회담’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비판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우선적으로 석방 사실만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 방북해 3명을 직접 데리고 귀환하면 더욱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셋째, 확률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북한이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 이후에 미국인 3명을 석방하는 계획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석방 시점과 관련된 협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트를 올린 것은, 조기 석방을 성사시키기 위한 대북 압박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은 모두 김씨로 한국계다. 북한에서 적대행위 또는 국가전복음모 등의 죄목으로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김동철 목사는 2015년 10월 함경북도 나선에서 전직 북한 군인한테 핵 관련 자료 등이 담긴 유에스비(USB)와 카메라를 넘겨받는 과정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덕씨는 중국 연변과기대 교수 출신으로, 평양과학기술대학에 회계학 교수로 초빙돼 한 달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지난해 4월 출국하다 적대행위를 이유로 체포됐다. 김학송씨는 2014년부터 평양과기대에서 농업기술 보급 활동 등을 하다 지난해 5월 중국 단둥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평양역에서 붙잡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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