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2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외교·안보 참모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29일(현지시각) 나란히 방송에 출연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전략의 일단을 공개했다. 이달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난 폼페이오 장관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자세와 낙관적 전망을 보인 반면,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은 경계감을 늦추지 않는 등 적잖은 온도 차를 보였다.
우선, 제재 완화 시점에 이견을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핵프로그램 폐기 전까지는 어떤 제재 완화도 없냐’는 질문에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은 이전 정부의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다.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거듭된 같은 질문에도 “눈을 크게 뜨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북한이 비핵화 목표와 시한에 동의한다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의 조처에 상응하는 일정 수위의 제재 완화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이는 완전한 비핵화 전에는 보상하지 않을 것처럼 언급해온 그간의 미국 행정부 태도와는 차이가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최근 “북한이 해온 발언이 구체적 조처로 이어질 때까지는 공세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곱씹어 보면, 모종의 ‘구체적 조처’가 있다면 완전한 비핵화 전이라도 제재 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말로도 들린다.
이에 비해 볼턴 보좌관은 <폭스 뉴스>와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모든 핵무기와 핵연료, 탄도미사일 등을 포기·반출할 때까지 어떤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것이 비핵화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두 사람의 이견 노출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율된 비핵화 로드맵을 아직도 마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 혹은, 볼턴 보좌관이 의도적으로 ‘나쁜 경찰’ 역할을 맡았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평가도 다소 달랐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의 방북 목적에 대해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진짜 기회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나는 (진짜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 심각한 주제들, 두 나라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이슈들에 대해 폭넓게 대화했다”며, 논의가 “생산적”이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꽤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볼턴 보좌관은 ‘리비아식 모델’을 거론하며 압박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북한과 리비아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면서도 “우리는 2003~2004년 리비아 모델을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신속한 핵프로그램 폐기와 철저한 검증’을 ‘리비아 모델’의 내용으로 지칭하며, 정상회담 의제로 삼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이 핵 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했음을 보여준다면 리비아 사례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압축적인 비핵화 시한을 요구할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핵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것의 전면적이고 완전한 공개와 이에 대한 미국 및 다른 사찰관들의 검증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고된 핵시설뿐 아니라 미신고 시설에 대해서도 사찰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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