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5월께로 예상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평양이나 워싱턴 둘 중 한곳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정상회담 논의 과정에 밝은 소식통은 7일(현지시각) “‘북-미 지도자들이 양국 현안을 제3국에서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북한 쪽 주장에 따라 회담 개최 장소를 평양이냐 워싱턴이냐로 좁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워싱턴 이동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평양 개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상회담 장소를 둘러싸고 양쪽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엔 제3지역인 한국에서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도 이날 북-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비밀리에 실무적 성격의 직접 회담을 진행해오고 있다며, 회담 장소를 확정하는 데 초점을 맞춰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방송도 북한이 현재 평양에서의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으며, 백악관이 평양 개최를 할 의향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온 문재인 정부 내부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하면 한국에서 열렸으면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동안 청와대가 거듭 4월 남북, 5월 북-미 정상회담 뒤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피력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한국이 유치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국에서 개최되면) 우리 정부가 표방하는 ‘한반도 운전자론’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정부가 회담을) 지원할 수 있다. (회담 내용) 파악도 쉬울 테고 한-미 공조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그 기회에 북한 쪽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장소는) 전적으로 북-미가 선택하기 나름”이라고 밝혔다.
일단 회담 장소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면, 회담 날짜를 정하고 의제도 더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시엔엔>은 보도했다. 회담 날짜와 관련해 방송은 “일정표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현재 목표는 5월말 또는 심지어 6월”이라고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부에선 북-미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용의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제안을 한번도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수용 사실을 알고 있으며, 정보당국 간 예비접촉을 통해 미국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 진지하다는 점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주말 지인들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은 예비접촉에서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 쪽 대북 특사단은 지난달 8일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을 만나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그동안 북-미 간 논의는 국무부 장관에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중앙정보국 내부의 전담팀이 비공식 정보채널을 통해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실무 차원의 논의들은 폼페이오 국장과 그의 협상 카운터파트인 북한 쪽 정보기관 수장의 회담을 위해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라고 이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정보당국 간 채널을 활용해 정상회담을 준비하게 된 것은 폼페이오 국장이 아직 국무부 장관에 공식 취임하지 못한 채 미 상원의 인준 절차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국장이 인준되면 외교적 준비를 감독하게 될 것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9일부터 공식 집무를 시작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폼페이오 국장과 함께 큰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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