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은 21일(현지시각) 북-미 정상회담이 결정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니까 결단을 내렸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이날 저녁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전쟁에 반대하고 대화를 옹호했던 민주당 성향의 사람들은 (북-미 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것은 아니고, 반대는 아니지만 우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일부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준비가 덜됐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동안 준비가 안돼 정상회담이 지금까지 안됐냐, 결정을 안해 성사가 안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큰 틀에서 결정한 뒤 그 다음부터 나아가면 된다”며 “구체적인 것부터 들어가면 정상회담은 성사가 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력은 다수가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쪽으로 갔고, 북한이 싫어 트럼프 대통령 결정을 반대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며 “정상회담이 성사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노벨평화상 수여가 일부에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고, 한반도는 평화를 가져오면 된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방미 과정에서 16일 디트로이트, 17일 클리브랜드, 18일 피츠버그 등 이른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 강연을 집중적으로 다녔다며 “이 지역 한인 시민권자들이 의회에 편지를 보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불장군처럼 혼자 할 수 없고, 바깥에서 분위기가 좋아야 한다”며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도와주게 하려면 러스트 벨트가 좋지 않겠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몇백표 차이로 의원들의 당락이 왔다갔다하므로 러스트 벨트 한인 시민권자들이 상하원에 편지를 써서 회담을 지지하라고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북-미 정상회담 전에 북한이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로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 석방.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이산가족 상봉, 한국전쟁 시 미군 사망자 유해 발굴 허용 등을 꼽았다.
그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 당국자들보다는 미국의 복음주의 계열 종교지도자들이 북한과 협의하는 모양새를 취하면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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