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인근의 비엔나 한미과학협력센터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백의종군을 선언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19일(현지시각) “곧 열릴 남북정상회담이 잘 끝날 것이고 이어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도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양 전 비서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 인근의 비엔나 한미과학협력센터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문 대통령과 이 일을 다루는 참모들이 워낙 오래전부터 구상하고 준비를 잘해왔던 일”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양 전 비서관은 “갑작스럽게 전광석화처럼, 임기응변으로 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충분한 구상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을 떠올리며 “당장 오늘 밤 자정부터 군수통권이 넘어오는데 남북, 한-미 관계가 엉망이었고 대북 폭격설이 나오는 상황이었다”며 당선이 확정되고도 문 대통령이 “기쁜 표정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인수위가 없고 바로 취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특별한 당부에 따라 몇 달 전부터 집권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이길 경우 연습이 없으니 대통령 머릿속에 모든 시나리오를 갖고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지만 ‘지지율에 취하면 안 된다’는 조언을 청와대에 있는 후배들한테도 많이 해주고 떠난 편”이라며 “대통령이 잘하고 계시고 지지율도 높지만 어떤 부분들은 대통령 개인기를 참모들이 못 따라오는 게 많고, 높은 지지율 속에 해야 할 일들이 가려져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물론 지지율에 기대 일방통행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며 “촛불 정신을 통해 만들어진 대통령, 정권이기 때문에 그걸 잊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인근의 비엔나 한미과학협력센터에서 북콘서트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해외체류 생활에 대해 “무엇보다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국내에 안 있으려고 하는 이유는 아직 우리 정치 현실이 대통령과 가깝다고 하면 인사든 청탁이든 유혹이든 완전히 꼬이게 된다”며 “제가 아무리 조심하려고 해도 이런저런 풍설이 돌고 루머가 확산하면 대통령에게 도움이 안 된다. 힘들지만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유랑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한국에서 조용히 보내고 싶은데 상황을 좀 봐야겠다”며 “제 역할은 대통령 재임 중에는 끝났다. 소망 같아서는 저도 문 대통령도 자유로운 상황에서 (대통령 퇴임 후) 성공한 전직 대통령, 원로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묵묵히 돕는 게 희망이다. 소망이 이뤄지길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 방문학자로 적을 둔 것에 대해 “관심분야를 공부할 근거로 삼은 것이지 워싱턴에 (생활) 기반을 가질 계획은 아니다”라며 “게이오대 방문교수로도 초청받았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일본과 워싱턴을 오가며 공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북콘서트에 함께 온 작곡가 김형석씨는 “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좋은 곡을 하나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라며 “문 대통령이 취임식도 제대로 못한 채 질풍노도처럼 달려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워싱턴 근처에 거주하는 교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주최 쪽의 한 관계자는 “워싱턴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온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글·사진 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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