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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북-미 정상회담 두 달 앞인데 ‘정중동’ 왜?

등록 2018-03-19 16:13수정 2018-03-19 21:32

북 외교채널은 유럽서 반관반민 대화 등 ‘외곽 탐색전’
북 남북 정상회담 주력, 미 외교채널 부재 맞물린 현상
미 새 국무 인준 때까진 정보채널 간 물밑 조율 치중할듯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남·북·미 1.5트랙 회의에 참가하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이 18일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서 핀란드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남·북·미 1.5트랙 회의에 참가하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이 18일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서 핀란드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북-미 간 표면적인 움직임은 거의 드러나지 않은 채 ‘정중동’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외교 채널 부재와 양국 정보기관의 영향력 확대가 맞물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외교 채널을 보면, 리용호 외무상이 15~17일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20~21일 남-북-미 1.5트랙(반관반민) 회의에 참석하면서 ‘외곽 탐색전’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과 스웨덴은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과 제재 문제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북-미 현안의 제3자인 스웨덴과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쪽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탐문하는 계기로 삼았을 수 있다.

핀란드에서 열리는 남-북-미 ‘1.5트랙’ 회동도 애초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결정되기 전에 긴장 완화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정세가 급진전되기 전에 마련된 자리인데, 다소 오비이락이 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정세가 바뀐 만큼 북한 당국자들과 한·미 전문가들이 자연스럽게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비교적 솔직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 입장에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조야의 기대와 우려를 좀 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북한 쪽에선 최 부국장이 미국연구소 부소장 자격으로 참석하며, 미국 쪽에선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 우리 쪽에선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 등 각국에서 6명씩 모두 18명이 참석한다.

북한 외교 라인의 ‘탐색전’ 주력은 일차적으로 코앞에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 준비에 주력하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결과물을 바탕으로 북-미 정상회담의 ‘내용물’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쪽 외교 파트너가 부재한 상황도 이런 현상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경질과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사임으로 국무부 라인의 공백이 초래됐기 때문이다. 북-미 간 공식 외교 채널인 ‘뉴욕 채널’도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마이크 폼페이오 새 국무장관 지명자가 다음달 후반 상원 인준 절차를 통과할 때까지는 북-미가 ‘편의상’ 정보 채널을 통한 의견 교환과 물밑 조율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 논의도 폼페이오 지명자가 인준을 받은 뒤에야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웨덴이 북한에서 미국의 영사 업무를 대신하긴 하지만, 억류자 건강 확인과 면담을 제외하면 그동안 실질적인 억류자 문제 논의는 북-미 직접 교섭을 통해 이뤄져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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