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15일 스웨덴 스톡홀름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스톡홀름/AFP 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5일 오후(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을 방문해 마르고트 발스트롬 외교장관과 이틀간 일정의 회담에 착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정상회담 초청을 수락한 뒤 이뤄지는 리 외무상의 첫 해외순방이다.
이번 양국 간 외교장관 회담에선 북한에 억류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문제가 가장 중점으로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스웨덴 외교부도 14일 “발스트롬 외교장관과의 회담은 미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민의 보호권한을 가진 스웨덴의 영사 책임 문제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견줘보면, 억류 미국인들의 현안인 건강 상태나 석방을 위한 북한 내 법률적 문제 해결 등에 대한 협의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스웨덴은 그동안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들의 영사업무를 대행하거나 억류자 석방문제를 놓고 미국 정부를 대신해 북한과 협의를 해왔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미국인 석방 문제는 북-미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간 신뢰 구축을 위한 예고된 수순으로 보인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은퇴 뒤 처음으로 15일 <시엔엔>(CNN) 방송에 나와 “그들(북한 외교관들)에게 수감자들을 풀어줘 가족과 재회하도록 해주기에 너무 좋은 타이밍이며 그 자체로 긍정적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스웨덴 외교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우선 의제인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한 점에 견줘보면, 북-미 정상회담 장소나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스웨덴에서 열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다, 북한도 민감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스웨덴에 깊은 얘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 외무상이 미국 쪽 정부 인사와 접촉할 가능성에 대해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떤 대표단도 (스웨덴에) 보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리 외무상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스웨덴 회동’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틸러슨 장관의 갑작스런 경질로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과 베이징 서두우 공항에서 함께 목격됐던 최강일 북미국 부국장도 미국 정부 인사가 아닌 전문가들과의 이른바 ‘트랙2’회담을 위해 조만간 유럽의 다른 행선지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정상회담 연기론이 워싱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것에 대해 일제히 반박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연기론은) 가정적인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구체적 날짜를 정하지 않았지만, 신의를 갖고 앞으로 나아갈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틸러슨 장관 경질 등으로 인한 준비 차질 우려에 “나는 어떤 취약점도 없다고 확실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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