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미주리 주에서 열린 모금 만찬에서 발언을 하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매우 큰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데,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 대해서도 돈을 잃고 있다. 우리는 지금 북한과 한국 사이 경계에 3만2천명의 군인을 두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번 보자”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음성 녹음을 입수해 전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암시하며 무역협상과 주한미군 문제를 연계시킨 것이라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불공정하다며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 대표단은 15일 워싱턴에서 만나 한미 FTA 재협상을 한다.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전문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외에도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 주요 동맹국과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들 국가가 수십 년간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갔다고 비판했다. 한국은 강한 경제를 구축했음에도 낡은 무역 규정을 이용하고 있고, 일본은 미국의 자동차기업이 일본의 소비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술책을 쓰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이야기하며 역사에 남을 일이자, 전임자들보다 훨씬 잘 해나가고 있다는 취지로 묘사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 정부 특사단이 ‘당신이 한 일이 영향을 미쳐서, 김정은이 회담에 동의하고 회담 전까지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이 보도되자,
등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대통령이 무역협상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시사하며 '협박'했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반응을 자제했다면서 “이러한 발언에 대한 보도는 한국의 외교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6일 보도했다. <미국의 소리>는 익명의 백악관 관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시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면서, 이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려고 했던 것은 현 행정부가 미국인 근로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미국의 무역과 투자 협정들을 재협상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