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 로이터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전격 경질이라는 ‘돌발 변수’ 속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중앙정보국 국장)와 백악관을 두 축으로 오는 5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4일(현지시각)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기념비적인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실무그룹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백악관에서 매튜 포틴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 직원들이 회담 준비를 위해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엔엔>(CNN) 방송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한 뒤 폼페이오 국장에게 회담 준비를 주도하라고 ‘개인적으로’ 지시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국장이 공식적으로 국무장관으로 지명되기 전에 일찌감치 ‘특명’을 부여받은 셈이다.
<워싱턴 포스트>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 대한 충분한 배경 지식이 없다”며 “이런 사실은 폼페이오 지명자가 (상원에서) 인준되면 정상회담의 내용과 기조를 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엄청난 공간을 열어놓고 있다”고 짚었다.
백악관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을 사실상 총괄하게 될 폼페이오 지명자에 대한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백악관은 대변인 명의로 ‘중앙정보국 국장으로서 마이크 폼페이오의 성공적인 경력’이라는 장문의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폼페이오 국장 체제에서 특별히 북한과 이란에 특화한 미션 센터를 만들었다”는 등의 내용을 소개했다. 백악관이 특정 부처 장관 지명자에 대해 치적 홍보를 하며 공개적 지원사격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부 언론들은 이날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폼페이오의 국무장관 인준에 수주가 걸리고 국무부 등의 대북 외교 라인이 붕괴한 점 등을 들어 북-미 정상회담이 6~7월로 연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 포스트>에 “두 달은 (정상회담 준비에) 짧은 시간이지만 아주 짧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내가 그 자리에서 일한다면 48시간 안에 꽤 괜찮은 메모를 작성해 트럼프 대통령이 리조트에서 읽게 책상에 올려놓을 수 있다”며 “동맹이나 중국과 조율하는 데도 1~2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뜻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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