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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트위터로 틸러슨 해고…‘모욕 인사’ 비판한 차관 경질

등록 2018-03-14 14:59수정 2018-03-14 20:11

트위트 쓴 뒤 보도자료…‘사전 언질 있었나’ 논란
틸러슨 옹호한 국무부 서열 4위도 ‘동시 해고’
트럼프 “다른 사고 방식을 갖고 있었다” 인정
틸러슨,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에 감사 언급 없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3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고별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3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고별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전격적으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새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는 과정은 그의 파격적인 방식과 냉혹한 사업가적 기질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4분에 트위터를 통해 국무장관 교체 사실을 먼저 알렸다. 그는 트위터에서 “폼페이오 중앙정보국 국장이 우리의 새 국무장관이 될 것이다. 그는 멋지게 일할 것”이라며 “틸러슨 장관의 봉직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백악관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 명의로 교체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뿌린 것은 20분 뒤인 오전 9시4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13개월 동안 함께한 틸러슨 장관에게 경질 사실을 미리 알렸는지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오갔다. 백악관 관리들은 존 켈리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새벽에 아프리카를 순방중인 틸러슨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교체 방침을 알렸다고 미국 언론들에 말했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의 최측근인 스티브 골드스타인 국무부 공공외교 및 공보담당 차관이 <워싱턴 포스트>에 밝힌 내용은 다르다. 그는 켈리 실장이 케냐 나이로비의 호텔에서 자고 있는 틸러슨 장관에게 새벽 2시께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불쾌해하고 있으며 ‘경멸적 트위트’를 날릴 수 있다는 경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해임 결정이 전달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틸러슨 장관도 13일 오후 퇴임 기자회견에서 경질 소식이 보도되고 3시간 뒤에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골드스타인 차관은 틸러슨 장관의 경질 직후 “그는 국가 안보에 중요한 진전이 있어 잔류 의지가 확고했다. 그는 대통령과 직접 얘기하지도 않았고, (경질) 이유도 모른다”는 ‘항명성’ 트위트를 올렸다가 역시 경질됐다. 골드스타인 차관은 지난해 12월 국무부에 들어왔으며, 국무부 내에서 공화당 캠프 출신의 약칭을 뜻하는 “아르(R)”로 불리는 서열 4위의 실세 인사였다.

틸러슨 장관이 지난해 7월 대 아프가니스탄 전략 문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한 뒤 사석에서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틸러슨 퇴임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북한, 이란 핵협정, 무역, 중동, 파리기후변화협약, 러시아 문제를 놓고 갈등이 이어져 틸러슨 장관의 ‘렉시트’(틸러슨 장관의 이름 ‘렉스’와 퇴장을 뜻하는 ‘엑시트’를 합친 말) 시점은 워싱턴의 단골 얘깃거리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샌디에이고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 “나는 틸러슨 장관과 잘 지냈다”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다른 사고 방식을 갖고 있었다. 생각이 달랐다”며 이견이 적지 않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틸러슨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31일까지 국무장관직에 남아있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례적 감사 표현도 하지 않았다.

엑손모빌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았던 틸러슨 장관은 협소한 운신 공간 속에서도 대북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대북 협상 국면이 열리는 시기에 그는 씁쓸한 퇴장을 맞게 됐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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