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12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을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 도착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백악관이 북-미 정상회담을 논의하는 회의를 소집하는 등 본격적으로 회담 준비에 들어갔다.
<시엔엔>(CNN)은 백악관이 13일(현지시각) 관계자 회의를 소집해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나섰다고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아프리카를 순방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진행되는 상황에 참여하기 위해” 일정을 축소하고 귀국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은 귀국길에 기자들에게 “(회담) 장소나 대화 범위 등에 대한 합의에 필요한 몇 가지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멋지고 중립적”이며 “양쪽이 확신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회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에서 회담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했다. 틸러슨 장관은 16일 워싱턴에서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 및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개최 발표 이후의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이런 가운데 대북 ‘관여’보다는 ‘압박’만을 앞세워온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일제히 정상회담 개최를 높이 평가하며 달라진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12일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미사일 실험 중지 방침에 대한 질문에 “괄목할 만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례 없는 경제·외교적 압박을 결집했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돌파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을 계기로 방한했을 때 지나친 대북 강경 행보로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2일 오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쪽 입장을 설명한 뒤 기자들에게 “이번 기회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는 점에는 우리 모두 동의했다”고 전했다.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외교 해법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경로를 추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예방 타격’ 가능성까지 거론한 맥매스터 보좌관은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정상회담 개최의 추가 전제 조건이 있는 것처럼 언급해 혼선을 일으켰던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이 열릴 것이라고 전적으로 기대한다. 북한이 제안을 했고, 우리가 수용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상회담 개최를 옹호하면서도 공통적으로 최대의 압박 공세는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압박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는 판단 속에 전격적인 회담 결정에 대한 안팎의 비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재 완화 시점을 두고는 온도 차가 느껴진다. 펜스 부통령은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최종적으로 포기할 때까지 모든 압박을 계속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맥매스터 보좌관은 “말에 부합하는 실질적 비핵화 진전이나 행동들을 볼 때까지 최대한 압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혀, 제재 완화의 문턱이 펜스 부통령보다 낮은 편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 제재 완화 시기에 대해 통일된 입장이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북-미 정상회담 추진에 묻혀 있긴 하지만, 두달 남짓 남은 회담까지 행정부 내 강경파나 외부 네오콘 성향 전문가들의 반발이 불거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들의 북한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은데다, 북한을 고리로 한-미-일 공조를 통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전략 틀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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