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
프랭크 엄(사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과 관련해 10일(현지시각)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수용을 “충동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엄 연구원은 미 국방부 국방장관실 선임자문관을 지낸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워싱턴 전문가들의 분위기는?
“워싱턴에선 어떠한 관여(대화·협상)든 전쟁보다 바람직하다는 일반적 합의가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할지 상당한 회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확보할 수 없다면 더 극단적인 조처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시험 중지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이 전통적인 ‘행동 대 행동’ 접근방식을 취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북한은 이미 충분한 수준의 핵무기 능력을 확보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핵·미사일 시험의 일시 중단은 북한 입장에선 중대한 양보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협상 국면에 들어가면 틀림없이 ‘행동 대 행동’이 될 것이다.”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제안을 ‘충동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비판도 많다.
“나는 충동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관되게 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의 압박 공세가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정상회담을 모색하도록 했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또한 그는 앞으로 김정은이 비핵화를 고려할 의향이 있는지를 시험해보고 싶어한다.”
―북핵 문제에서 이번처럼 하향식(톱다운 방식) 결정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지시 없이는 북한의 정책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그를 만나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협상 틀에 동의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논리적인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두 지도자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더이상 갈 곳이 없고 군사옵션만이 유일하게 남는 것처럼 비치게 할 수 있다.”
―5월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해야 할 일들이 있다면?
“미국은 합의의 범위를 어떻게 잡을지,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오면 성공으로 생각할지, 합의에 이르기 위해 북한에 제공할 용의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합의가 안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합의에 도달해도 미국은 오해를 막기 위해 세부사항 등을 구체화하고, 북한의 협상 이행 속도가 느리면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등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회담 전망을 하자면?
“5월 정상회담은 협상이라기보다는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할 용의가 있는지, 미국은 합의를 위해 무엇을 제공할 용의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두 지도자 간의 예비회담이 될 것이다. 북한이 과거에 요구했던 것 중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동맹 폐기와 같은 극단적인 내용들을 고수한다면 매우 비관적이다. 하지만 평화조약이나 경제지원, 제재완화 정도를 요구한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양쪽이 이런 종류의 합의에 도달해도 과거에 봐왔던 것처럼 북한 핵의 동결이나 폐기에 대한 검증 문제, 미국이나 다른 국가의 적시 (경제)지원 등의 문제로 합의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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