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접견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 특사단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면담 등과 관련해, 미국 내 분위기는 현재로선 약간의 기대와 미국의 주도권 상실 가능성 우려, 대북 압박 이완 가능성에 대한 경계 등이 혼재돼 나타나고 있다.
특사단의 방북 결과가 나오기 전인 5일(현지시각) 미국 국방부 로버트 매닝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사단의 김 위원장 면담과 관련해 “우리는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분명히 대화를 하도록 권장한다”고 말했다. 매닝 대변인은 “한반도 방어를 위한 군사작전들을 확실히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며, 우리는 한-미 동맹 안에서 한국 쪽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런 과정 속에서 (비핵화) 진전을 위한 어떤 조처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의 발언 속에서 남북간 비핵화 논의에 대한 ‘관망과 기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남북간 해빙 분위기를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으로 인정하고 미국도 국면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북 강경 성향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5일 ‘북한에 대한 새 국면이 열린다: 미국은 준비돼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반도에서 외교가 시작되면서 미국이 흐름에 뒤처져 적절히 국익을 보호하지도, 그 과정을 적절히 주도하지도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은 뒤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실험 중지만 만들어낼 수 있어도 성공일 것”이라며, 북한의 핵무기 포기는 “훌륭한 목표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현실적인 목표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이 신문은 ‘가차 없는 경제적 압박과 군사행동 위협’이라는 채찍과 더불어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당근이 무엇이냐며, ‘북한과의 평화조약 체결 및 경제개발 지원’을 사례로 들었다.
이어 백악관과 국무부의 대북정책 혼선 등을 지적한 뒤 “누가 행정부를 대변하는 것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일각에서는 북한 문제를 전담할 대통령 특별대사를 지명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국무부는 이날 북한이 김정남을 맹독성 신경작용제로 암살해 제재를 단행한다는 내용의 관보를 발간하면서, 시점에 비춰볼 때 남북 관계 해빙에 따른 제재 압박 분위기의 이완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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