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해지는 미국 대북 대화 준비 신호
펜스 부통령 평창올림픽 참석 뒤 귀국 인터뷰 “대통령은 대화를 믿는다”
불협화음 없이 이례적 한목소리로 ‘예비대화’ 열어놔
북-미 대화 등 추가동력 없으면 협상파 입지 좁아질수도
마이크 펜스 미국 대통령이 13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정책 모임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탐색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하고 귀국한 펜스 부통령은 이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우리를 확실히 이해하기를 원하며, 만약 대화의 기회가 있다면 그들에게 미국의 확고한 (비핵화) 정책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대화를 믿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그러나 대화는 협상이 아니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추구를 포기할 때까지 북한과의 관계는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완전히, 검증할 수 있게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로지 그러고 나서야 미국과 국제사회의 태도에서 어떠한 변화가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제재와 압력에 관한 어떠한 진전이 이뤄지기 전에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영구히 포기해 그것이 해체되고 비핵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우리의 공유된 입장의 단합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 정부가 북한과 ‘탐색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러한 대화가 열린다면 ‘한반도 비핵화’가 협상의 핵심의제이자 목표라는 점을 확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어 그는 “미국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을 다룰 실행 가능한 군사옵션을 갖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의도와 미국 및 동맹의 진지함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기회를 사용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군사옵션은 최후의 수단이며 그 전에 경제적 압박과 대화 등 가능한 외교 옵션을 동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바로 뒤에 앉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외면한 데 대해 “나는 독재자의 여동생을 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그 행사에서 그녀에게 어떤 관심이라도 표명하는 게 적절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지구 상에서 가장 폭압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이며 감옥 국가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안에서 북한과의 ‘조건 없는 탐색적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과 관련해 그동안 부처 내 대북 정책 불협화음에서 벗어나 이례적으로 ‘조건 없는 탐색적 대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최대의 대북 압박 공세는 계속하되 북한에 대한 대화 가능성도 열어놓는 ‘동시적인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하겠다는 것이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상대방이 무엇을 얘기하고 싶어하는지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 그런 논의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예비적인 ‘비격식 대화’(chat)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대화 의제는 비핵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탐색적 대화를 통해 사실상 모든 의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관계자도 이날 언론 논평에서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는 타협이 가능하지 않다는 우리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기꺼이 북한에 관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의지 천명이나 의미있는 비핵화 조처를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것과 달리, 초기 대화의 문턱을 크게 낮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전략적 목표는 유지하되, 전술적 초점을 대화 쪽으로 점점 옮겨가는 것”이라고 최근 트럼프 행정부 분위기를 풀이했다. <뉴욕 타임스>도 “미국의 (대북) 접근에 미묘하지만 잠재적으로 중요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나워트 대변인은 “언젠가 우리는 마주 앉아 대화를 할 수 있다. 그것은 (북한이) 비핵화 지점에 도달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여야 한다”며 “아직은 그 지점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북한이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미국과의 대화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북-미 간 고위급 대화나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지 선언 등이 늦어지면 가까스로 회복된 미국 내 협상파들의 입지가 다시 좁아지고 강경 기류로 바뀔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디스팩트 시즌3#84_삼성, 이명박과도 커넥션 있었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