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탈북자 지성호(왼쪽)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씨를 비롯해 탈북자 9명을 초대해 북한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지씨는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 현장에 등장했던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지씨의 일화를 3분여간 상세히 소개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일(현지시각) 발표한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에서 비핵 공격에도 핵 보복을 할 수 있도록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8년 만에 펴낸 보고서와 미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대한 비핵 전략적 공격”을 포함한 “극단적 상황에서만” 미국과 동맹국 보호를 위해 핵무기 사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대한’이나 ‘극단적’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핵무기로 공격당하지 않더라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미국 언론은 풀이했다.
보고서는 ‘중대한 비핵 전략적 공격’은 “미국 및 동맹국이나 우방국의 시민 및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공격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또 ‘극단적 상황’과 관련해 존 루드 국방부 차관은 가상적 사례라며 적대국의 “사이버 공격이나 생물학 무기 사용”을 꼽았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강경한 대처를 표명하면서 러시아가 새 어뢰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발표했다. ‘스테이터스-6’로 알려진 이 무기는 수중에서 발사할 수 있는 드론 형태의 장치로, 수천마일을 이동해 미국 해안의 목표물도 타격할 수 있다고 미국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이런 무기 개발에 대응해 낮은 폭발력을 가진 ‘저위력 핵탄두’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머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차관보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핵무기 역할의 확대에 대한 얘기”라며 “압도적인 재래식 군사력이나 사이버 역량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지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번 보고서에선 본문, 목차, 부제 등을 통틀어 ‘북한’이란 단어가 모두 51차례 등장하며, 러시아, 중국, 이란과 함께 북한을 별도 항목으로 다루는 등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보고서는 “우리의 대북 억지 전략은 미국 및 동맹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을 용납할 수 없으며,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경고했다. 또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역량을 갖추는 데 몇달 정도만 남았을 수 있다”며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외부로 판매·유출할 수 있는) 수평적 확산 위협을 제기한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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