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주요 정치자금줄이자 석유 재벌인 코크 형제 중 형 찰스 코크가 지난 2012년 코크 인터스트리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거대 정치자금줄이자 석유 재벌인 찰스(83)·데이비드(78) 코크 형제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최소한 4억달러(약 4272억원)를 공화당에 지원하기로 했다. 공화당 주류의 이번 중간선거에 대한 위기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크 형제가 이끄는 비영리 풀뿌리 정치재단인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의 팀 필립스 회장은 지난 27일 밤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열린 연례행사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중간선거는) 아주 험난한 환경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4억달러는 2016년 대선 때 코크 형제가 공화당에 기부한 것보다 60%나 증가한 수치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코크 형제는 지난 대선 때 ‘아웃사이더’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지금도 무역이나 이민 문제와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과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전례 없는 막대한 선거자금을 중간선거에 투입하는 이유는 상·하원에서 다수당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재단 관계자들은 밝혔다. 역사적으로 대선 이후 첫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패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업무 수행으로 민주당원과 부동층의 ‘반 트럼프’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등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필립스 회장은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2억달러를 투입했지만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의 가장 큰 정책 실패”라며, 젊은층과 저소득층의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오바마케어에 대한 공격보다는 세제 개편안 광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4억달러 가운데 2억달러는 세제개편 홍보에 투입된다.
코크 형제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중간선거 작업을 시작해 인디애나, 미주리, 위스콘신 3개 주에 각각 100만달러를 지출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공화당은 올해 이 3개 주에서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상원 의석을 빼앗는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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