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워싱턴의 오물빼기’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지난해 ‘오물’의 상징이었던 로비스트들은 더 늘어나고 로비 자금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정치자금 감시단체인 ‘책임정치센터’(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와 미국 언론 보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 집권 첫해인 지난해 워싱턴 정가에 대한 미국 기업과 이익단체의 로비 금액은 33억4천만달러(약 3조5621억원)로, 2010년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31억5천만달러에서 약 2억달러(6%) 늘어난 것이다.
또한 등록 로비스트의 수는 1만1444명으로, 2016년의 1만1169명에 비해 275명이나 늘었다. 등록 로비스트의 수는 2007년 1만4827명을 기록한 이후 계속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10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책임정치센터 사무총장인 실라 크럼홀즈는 <유에스에이 투데이>에 “로비스트들은 ‘오물을 빼라’는 지시를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통적인 거대 로비 단체인 미 상공회의소와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가 지난해도 각각 로비 금액 순위 1, 2위를 차지하며 최상위에 랭크됐다. 특히 부동산협회는 지난해 말 세제개편 과정에서 실거주지 매매 때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조항을 지킨다는 명목 등으로 의회에 집중적인 로비를 했다. 미국 제약협회와 미 메이저 보험회사 가운데 하나인 ‘블루크로스 앤드 블루실드’도 각각 2천만달러 이상을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다.
정보기술 기업으로는 구글의 정부 지출 금액이 1800만달러로 최상위를 기록했다. 구글은 사이버 보안이나 세금 규제, 이민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쟁점에 대해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열린사회재단도 2002년 로비활동 명세를 신고한 이후 최대 규모인 1610만달러를 로비 자금에 투입했다. 열린사회재단은 의회의 승인 없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선제타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활동에 로비 자금을 사용하기도 했다.
앞서 정부 감시 단체인 ‘퍼블릭 시티즌’도 트럼프 집권 1년 동안 무역단체, 기업, 종교·자선 단체, 외국 정부 등 64곳이 트럼프 소유의 호텔 등에 머물거나 행사를 열었다고 지난 16일 공개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겨울 별장인 마러라고에서 새해 전야제 파티 참석 가격이 비회원 기준으로 575달러에서 750달러로 치솟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사설에서 이를 두고 “로비스트들이 워싱턴에서 활개를 치고 있고 트럼프 자신이 그 열매의 일부를 거둬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워싱턴은 번성했으나 시민들은 부를 나누지 못했다’고 했지만 1년 뒤에도 그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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