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원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 말했다. ‘북-미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힌 것과 맞물려 대화에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7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도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인 듯 하다”고 말했다고 11일 보도했다. 또 “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당신들은 놀랄 거라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과 대화를 해봤느냐는 질문에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대화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이 남북회담으로 한-미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에는 “내가 그들(북한)이라도 그렇게 시도할 것”이라며 “차이점은 내가 (미국) 대통령이고 그들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누구보다 분열에 대해 많이 안다”고 말했다. 북한이 그럴 의도를 지녔더라도 미국이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비친 발언으로 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김 위원장을 “미치광이”, “나쁜 녀석”, “로켓맨” 등으로 조롱했다. 그는 이런 발언이 ‘광범위한 전략’의 일부였다며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례를 20개, 30개 들 수 있다. 나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몇달간 긴장감이 고조된 이후 새로운 개방 외교의 가능성에 대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적절한 시기, 적절한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 간 회담을 여는 데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워싱턴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개시 조건으로 밝힌 바 있는 ‘60일 도발 중지’에 대해 “이제 60일, 30일 이런 조건은 까다롭게 생각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대화 개시의 문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미국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유화적 표현의 진의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유연함이 트럼프가 북한을 부추겨 서로 분노를 주고받던 것에서 벗어나 좀 더 장기적인 태도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얼마 전까지 “내 핵 단추가 더 크다”며 김 위원장과 신경전을 벌였다고 짚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2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해 대북 대응을 논의했다. 강 장관은 “미국이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한 원칙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 고위급회담의 성과를 가져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남북회담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고 긴밀한 한-미 협의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장관은 15일부터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대한 외교장관 회의’에서 양자 협의를 할 예정이다. 방미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10·11일 잇따라 만났다.
전정윤 노지원 기자, 워싱턴/ 이용인 특파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