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인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 쪽은 대면조사 대신 서면조사 방안 등을 모색 중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8일 “뮬러 특검이 지난해 12월 말 대통령 변호인단의 존 다우드와 제이 세큘로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에 대한 대면조사 문제를 꺼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한 특검팀이 가능하다면 몇주 안에 제한적 사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대면조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움직임이 “생각보다 정말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뮬러 특검이 대면조사 의향을 밝힌 회동 이후, 조사관들의 질문에 서면 답변을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이 될 뿐더러 추궁이 가능한 대면조사는 가능하다면 회피하겠다는 뜻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6년 ‘이란-콘트라 스캔들’에 대한 로런스 월시 특별검사의 수사 과정에서 서면조사를 받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뮬러 특검팀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조만간 다시 만나 조사 조건과 내용,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문 범위에 관해 특검팀의 명확한 생각을 알고 싶어 한다.
뮬러 특검팀이 트럼프 대통령을 조사할 것이라는 예상은 오랫동안 있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러시에 게이트에 대한 조사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연방수사국(FBI) 국장이었던 제임스 코미를 해고한 것도 그렇다.
<엔비시>(NBC) 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이나 연방수사국의 직접 대면조사를 회피하는 방안을 변호인단이 논의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런 논의는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은 폴 매너포트가 지난해 10월 돈세탁 등의 혐의로 특검에 의해 기소된 직후부터 이뤄져 왔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매너포트는 2016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과 함께 러시아 쪽 인사들을 만나는 데 동석한 인물로,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고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특검 수사가 막지막 단계에 있다는 암시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뮬러 특검팀이 서면조사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중대한 사건에서 피조사자의 직접적인 답변을 듣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와의 유착은 없었다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도 변호인단의 생각과 달리 특검의 대면조사에 응하는 것을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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