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백악관에서 회의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남북 대화 재개 움직임에 대해 유보적이거나 다소 부정적인 반응까지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등을 전후로 ‘긍정적인’ 기조로 바뀌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한-미 정상 간 4일(현지시각) 통화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전략을 계속하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어 △안전하고 성공적인 평창올림픽 약속 △평창올림픽에 미국의 고위급 대표단 파견 등을 나열한 뒤 “두 정상은 한-미 양국 군이 올림픽 안전 보장에 주력할 수 있도록 올림픽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일정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보도자료에서 한-미 연합훈련 연기 합의 사실을 맨 뒤에 배치한 것은, ‘북한에 일방적으로 보상을 했다’는 인상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최대의 압박 전략’ 등을 맨 앞에 내세워, 북한이 비핵화 대화로 복귀할 때까지는 현재의 대북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틀 전 트위터를 통해 북한 신년사에 대해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버튼이 있다”거나 “좋은 소식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문 대통령과의 통화 직전에 “남북회담은 좋은 일”이라는 트위터를 올린 것은 분명한 기조 변화로 볼 수 있다.
방향 전환의 배경에는 북한의 대화 제의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성과 때문이라는 논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내가 북한에 대해 총체적인 ‘힘’을 행사하겠다는 단호하고 강력한 의지를 밝히지 않았다면 지금 남한과 북한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약속한 점도 양국 간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를 막았다고 볼 수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는 3월9~18일로 예정된) 평창 패럴림픽 이후 언제쯤 훈련을 시작할 것”이며 “날짜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해 “진짜 ‘올리브 가지’(화해의 손짓)인지는 모르기 때문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분명히, 외교적 해법을 이행하기 위한 어떤 것에도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매티스 장관은 ‘연합훈련 규모를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국가 간 정치적 결정”이라며 “예단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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