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갔다가 17일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백악관에 되돌아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오후 2시(한국시각 19일 새벽 4시)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한 새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한다. 새 국가안보전략은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자’로, 북한을 ‘불량정권’으로 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18일 새 안보전략의 발췌문을 입수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힘에 도전하고, 안보와 번영을 침해하는 경쟁자이자 ‘수정주의 세력’(revisionist power)으로 선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새 안보전략은 “그들(중국과 러시아)은 경제를 덜 자유롭고 덜 공정하게 만들고자 하고, 군사력을 증강하고 사회를 억압하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정보와 데이터를 통제하려 한다”고 규정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특히 중국은 기존의 경제적 경쟁자를 넘어 “전략적 경쟁자”로 언급됐다.
이 문서에 대해 기자들에게 브리핑한 미국 고위관리는 러시아와 중국이 세계의 현재 질서를 수정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유럽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쪽으로 군사력을 확대하고,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새 전략문서는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라이벌들과의 협력과 국제기구로 포용하려는 노력이 그들을 좋은 행위자와 신뢰할 만한 동반자로 만든다’는 가정에 기반한 정책들을 재고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면에서 이 가정은 잘못으로 드러났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이 문서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미국 본토와 국경 보호, 미국의 군사력 재건, 미국 힘의 국제적 투사, 미국에 우호적인 무역 정책을 강조했다. 아울러 동맹국들에도 ‘무거운 물건을 올리기 위해’ 미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공평한 부담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과 이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을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위협”이자 “불량 정권”(rogue regime)으로 선언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미사일의 수량과 종류, 효율이 증가하고, 사정거리가 늘면서, 북한과 같은 국가가 미국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가능성 높은 수단이 되고 있다. 북한은 또한 미사일로 운반될 수 있는 화학, 생물 무기도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밖에도 새 전략은 기후변화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16년 9월 선언을 뒤집을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새 전략은 “세계의 미래 에너지 수요를 고려할 때, 대다수 개발도상국들은 경제의 동력을 공급하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화석연료를 필요로 한다”고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략 문서는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도로 작성됐으며, 정부 안팎의 전문가들과 의회, 싱크탱크 등이 참여해 다듬었다고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문서는 70쪽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5년 발표한 분량의 2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대중국 강경파로 극우 민족주의자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국은 속국”처럼 돼 버렸다며, ‘국가안보전략’이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지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배넌은 또한 “북한의 행동에 근본적 책임이 있는 것은 중국이라고 적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에 중국이 경쟁자로 규정되리라는 보도와 관련해 ‘상호이익’을 강조하는 반응을 내놨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추진하는데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길 바란다”며 “아울러 중-미의 전략적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국제 평화 및 안전을 함께 수호하는 데 공헌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미 경제 무역 관계의 본질은 상호이익과 윈윈”이라면서 지난해 양국 무역액이 55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의 2015년 이익이 362억 달러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높은 수준의 무역·투자 자유화 및 편리화 정책을 계속해서 실시할 것”이라며 “미국과 함께 노력해 안정적이고 건강한 경제 관계를 구축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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