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3일 워싱턴에서 열린 애틀랜틱카운실과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최의 포럼에 참석해 북한에 대한 조건 없는 대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 마친 뒤 기자회견
“동결 대 동결, 제재완화·인도지원 재개 등
북한의 대화 재개 전제조건 수용안해”
‘조건없는 대화’ 발언은 구체적 언급 안해
“동결 대 동결, 제재완화·인도지원 재개 등
북한의 대화 재개 전제조건 수용안해”
‘조건없는 대화’ 발언은 구체적 언급 안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중단 등 북한이 내건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들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제조건 없는 대북 대화’ 용의를 밝혔던 틸러슨 장관이 북한도 대화 재개를 하려면 조건을 달지 말라는 일종의 ‘역공’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15일(현지시각)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확산 및 북한’을 주제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장관급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동결 대 동결’이나 어떠한 대북 제재 완화, 인도지원 재개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결 대 동결’은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의 미국식 표현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한-미 연합훈련의 동시 중단을 일컫는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기가 여전히 미국의 대화재개 조건이냐.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의 시작여부나 시기와 관련해 당신과 같은 입장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북한이 반민반관 대화나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유엔 사무차장의 방북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 조건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축소 △대북 제재 완화 △인도주의 지원 재개 등을 요구한 점에 비춰보면,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이런 요구를 반박하는 식으로 자신에 대한 질문을 피해나간 것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안보리 머리발언에서도 지난주 자신의 ‘조건없는 대화’ 제의 발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주 내가 얘기했듯이, 북한과의 대화가 이뤄지기 전에 위협적 행동의 지속적 중단이 있어야 한다. 북한은 자발적으로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고 모호하게 말했다. 그동안 대화재개의 ‘핵심적 조건’이었던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 표명과 진정성있는 행동’을 다시 꺼내들지는 않은 것이다. 그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포럼에서 이를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틸러슨 장관의 안보리 발언 및 기자회견 내용은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북-미가 서로 ‘탐색적 대화’에 대해선 조건을 걸지 말자는 뜻으로도 볼 수 있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자신의 ‘조건없는 대화’ 발언에 대한 안팎의 비판에 대한 물타기 발언 성격도 있어 보인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미리 준비된 원고에서는 틸러슨 장관이 전제 조건없는 대화 제안을 반복할 계획이었으나 실제 안보리 회의 발언에서는 이 문구가 빠졌다며, 백악관을 의식한 조처로 풀이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 참모들은 점점 틸러슨 장관에 대해 격분하고 있으며, 그가 자리에 오래 남아있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해 “북한은 책임있는 핵보유국이며,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문제의 초점을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 문제로 이동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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