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국방부 청사. 위키피디아
미국 국방부가 미확인비행물체(UFO)에 대한 비밀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첨단 항공우주 위협 식별 프로그램’(Advanced Aerospace Threat Identification Program)이란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2007년 미 국방정보국(DIA) 업무의 하나로 시작됐다. 매년 6천억달러(654조원) 규모의 미 국방예산 가운데 2200만 달러가 이 프로그램에 지원됐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그동안 인정하지 않던 UFO 연구 프로그램의 존재를 이번에 처음으로 확인하면서도, 5년 전까지 이 프로젝트를 지원했지만 현재는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지원만 중단됐을 뿐 연구는 최근까지도 계속됐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 지원은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해리 레이드 전 의원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예산의 대부분은 레이드 전 의원의 친구이자 억만장자 기업가인 로버트 비글로가 운영하는 라스베이거스의 우주항공 관련회사로 들어갔다. 비글로는 지난 5월 미 CBS의 시사프로그램 '60분'에 나와 “외계인은 존재하고 UFO가 지구에 찾아왔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와 함께 UFO 연구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로버트 비글로우. NASA 제공 사진
이 프로그램 연구진은 독특한 ‘기운’(aura)에 둘러싸인 채 회전하면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미확인비행물체의 영상을 비롯해 2004년 샌디애고 앞바다에서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미 해군 F/A-18F 전투기가 추적한 흰 타원형 물체 등의 영상 등을 연구했다. 또 미확인 비행물체를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도 청취했다.
미 국방부는 비글로의 우주항공회사와 협력해, 추진 흔적을 남기지 않고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비행물체를 묘사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한 전직 미 의회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이 프로그램이 “중국이나 러시아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추진 시스템을 확보했는지” 같은, 라이벌 국가의 기술 진보를 감시하기 위해 진행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전에도 미군이 지난 수십년 동안 UFO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고 전했다. 미 공군은 1947년에 UFO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1952년부터 ‘블루 북 프로젝트’라는 코드명으로 UFO를 목격했다는 1만2천건 이상의 주장을 조사했다. 미 공군은 1969년 이 연구를 종료하면서 대부분의 목격담은 별이나 구름, 일반 항공기나 정찰비행기와 관련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701건의 목격담에 대해서는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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