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워싱턴에서 ‘애틀랜틱 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 나와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상당히 적극적인 대화 손짓을 보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과 중국이 가장 예민해하는 이른바 ‘북한 급변 사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틸러슨 장관은 12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환태평양 시대의 한·미 파트너십 재구상’ 토론회에 나와 “(북한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는 사태’에 대해 중국 쪽과 대화를 나눴다”며 “(‘무슨 일’은) 북한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태”라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정권 교체나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북한 체제가 정변이나 내부 소요 사태로 자체 붕괴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중국과 이 문제를 지난해 6월 외교·전략대화나 다른 고위급 대화를 통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종의 불안정한 상황이 유발된다면 미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들을 확보해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일이 발생해 우리가 38선 북쪽으로 넘어가더라도 다시 38선 이남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중국에 약속했다”고 말했다. 미군의 북한 진주를 큰 안보 위협으로 보고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여기는 중국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붕괴로 대량 난민이 중국 국경선을 넘어가는 것에 대해 “중국이 조처들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량 난민 사태에 따른 위협이 “중국이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중은 북한 급변 사태와 관련해 2000년대 후반부터 전문가들끼리는 정기적으로 협의해왔지만, 미국의 끈질긴 요구에도 중국의 반대로 정부 간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틸러슨 장관이 일방적으로 미국 쪽 의견을 전달한 것인지, 중국과 실질적 협의를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아 보인다. 북한과 중국에 대한 압박 성격도 있어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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