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종교기관 및 시민단체 소속 회원 30여명이 9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앞 라파예트공원에서 전쟁 반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재미동포들이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전쟁 반대’와 ‘한반도 평화’를 합창했다.
좋은벗들 미주지부, 들꽃교회, 미주희망연대, 미주동포전국협회(NAKA) 등 워싱턴 종교기관 및 시민단체 소속 회원 30여명은 이날 낮 백악관 앞 라파예트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들은 주저함 없이 공개적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며 “전쟁의 소용돌이가 빠르게 한반도로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어 “우발적이고 의도하지 않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한반도에서의 어떤 군사적 충돌도 엄청난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지난 몇십년 동안 피와 눈물로 이룩한 것들을 잿더미로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조건 없는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며 “미국도 한반도에서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 되며 한반도의 평화를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상황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개별 정당의 노선을 넘어 협력적 정책 입안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가한 마이클 마르소 ‘평화를 위한 참전군인들’ 회장.
이재수 미주희망연대 사무총장은 “한국은 촛불 하나로 민주주의를 만들었다. 촛불 하나로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전쟁 반대와 평화 실현은 우리의 분명한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평화로운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의 시작점이 되도록 하자”며 참가자들의 함성을 유도하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 마이클 마르소 ‘평화를 위한 참전군인들’ 회장은 <한겨레>에 “나는 1969년부터 71년까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며 “우리는 또다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전쟁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대화와 협상, 토론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말했다. 마르소 회장은 “베트남에서 전쟁이 도시와 시골을 얼마나 파괴했는지 보지 않았느냐”며 “고엽제를 뿌려 모든 곡물과 풀을 고사시켜 지금도 문제가 되지 않느냐. 미래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정말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미국의 반전단체인 ‘코드 핑크’도 참여했으며,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팀 셔록도 집회에 참석해 발언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집회는 한낮의 온도가 영하 1도를 가리키고 워싱턴 일대에 함박눈이 내리는 가운데 열렸다.
워싱턴/글·사진 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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