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올림픽 체조대표팀 주치의인 래리 나사르가 22일 미시간주 랜싱의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하며 울먹이고 있다. 랜싱/AP 연합뉴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포함해 130여명의 미국 체조선수들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54)가 법정에서 성폭행 등 7가지 죄목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22일 보도했다. 그는 유죄인정 협상의 결과로 25년에서 4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지난 30년간 미국 체조대표팀과 미시간대학 등에서 팀 닥터로 일해온 나사르는 체조선수들을 지속해서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수감된 상태다. 그의 성범죄를 고소·고발한 여성은 130명이 넘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지난해 9월 피해자 한명이 나사르의 범죄를 폭로하기 전까지 나사르는 미국 엘리트 체육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의료인 중 한명이었다. 이후 그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와 고발, 소송이 잇따랐다. 그는 어린 체조선수들을 치료실에 데려다 놓고 치료를 빙자해 성추행 등을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포함해 6개의 메달을 딴 미 체조 스타 앨리 레이즈먼(23)이 방송에 출연해 나사르의 성추행 사실을 고발했으며, 2012년 런던올림픽 체조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맥카일라 마로니(21)도 13살 때부터 나사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폭로했다.
나사르는 이날 미시간 주 잉햄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죄송하다. 이것은 마치 성냥불이 산불로 옮겨붙은 것 같아서 통제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잉햄카운티 법원의 로즈마리 아킬리나 판사는 "피고인은 신뢰받는 지위를 가장 악랄한 방식으로 악용했다. 지금은 치유가 필요한 시간이다. 피해자들의 어린 시절을 어떻게 앗아갔는지 감옥 안에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사르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년 1월12일로 잡혔다. 형량은 최고 징역 40년형까지 가능하다. 나사르의 행동에 대해 1997년부터 피해자들이 문제 제기를 했는데도 조처를 취하지 않는 미국 체조협회와 미시간 대에 대한 비난 여론도 퍼지고 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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