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지난 2월 임명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최근 ’트럼프를 유치원생 지능을 가진 바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안보사령탑’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적인 모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유치원생의 지능을 가진” “바보”(idiot) “멍청이”(dope)라고 불렀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버즈피드>가 21일 보도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지난 7월18일 워싱턴DC의 레스토랑 토스카에서 새프라 캐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와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같이 말했다고 <버즈피드>는 캐츠로부터 직접 당시 대화 내용을 들었다는 복수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또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 대해 ‘백악관에 있을 자격이 없으며, 국가안보 이슈에 관여해서는 안된다’ 고 비난했다고도 이 매체는 보도했다.
이날 만찬에서 나온 발언들은 이미 다른 매체들을 통해서도 일부 공개된 적이 있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당시 만찬에서 맥매스터 보좌관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맺은 이란 핵합의를 칭찬하면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한 게 큰 문제라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의 견해를 보였다고 지난 8월 보도한 바 있다.
이스라엘 태생으로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요직에도 후보로 거론됐던 캐츠 최고경영자는 이 내용을 공화당의 큰손 후원자인 셸던 애덜슨에게 대화 내용을 털어놨다. 애덜슨은 ‘맥매스터는 반 이스라엘주의자’라고 주장하는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비선실세’로 알려진 로저 스톤도 지난 9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맥매스터가 당시 “대통령은 140자가 넘어가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멍청이”, “핵가방을 가진 이 남자의 생각은 무섭다. 그가 지구를 폭파하는 일을 막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는 등의 언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오라클 쪽은 모두 맥매스터의 발언에 대한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마이클 앤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실제 만찬 참석자들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맥매스터 보좌관이 말했다고 보도된 코멘트를 부인하고 있다. 이런 거짓 코멘트는 맥매스터 보좌관의 견해와 정반대”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가 대통령의 지적 수준을 조롱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미 <엔비시>(NBC) 방송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틸러슨 국무장관이 국가안보팀 관계자들과 회의를 한 뒤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moron)라고 불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적 행동과 그 주위의 강경파들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때문에 강경파들의 집중 공격 표적이 되고 있기도 하다. 맥매스터의 발언을 문제 삼는 논란은 강경파들과 이들의 알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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