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사로 17일 북한을 방문한 가운데,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북한에 회담을 열기 위한 세 가지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매티스 장관은 16일(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 위치한 북미항공우주사령부로 향하는 공군기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이 무기의 시험을 멈추고 개발을 멈추며 수출하지 않으면 회담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매티스 장관이 지칭하는 무기는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북-중 간 논의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 사항을 중국과 북한에 공개적으로 전달하며 압박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매티스 장관이 제시한 공식 협상의 재개 조건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이 최근 ‘비공식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암시한 이른바 ‘도발 중지’에 동결과 비확산을 추가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료가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수출을 금지하는 이른바 ‘비확산’ 조건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 연설에서는 ‘미사일 개발 중단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처럼 제시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여전히 정교하게 조율된 ‘비핵화 프로세스’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편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는 이날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이론적으로는 한국과 일본의 동의 없이 북한과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면서도 “한·일의 지원이 없으면 미국이 이 지역 군사기지를 사용할 수 없어 대북 군사행동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군 단독으로 대북 군사행동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한·미·일 3국 간 군사협력에 대해, 북한의 위협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 협력하도록 만들고 있다면서 “임명이 확정되면 이것에 공을 들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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